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가장 자주 회자되는 단어는 요즘 ‘Stargate’입니다.
OpenAI의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Sam Altman)이 주도하는 이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는 단순한 클라우드나 반도체 협력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삼성과 SK그룹이 동시에 참여함으로써, 한국이 미국 빅테크 중심의 AI 생태계에 본격적으로 편입되는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 Stargate 프로젝트의 실체 — “AI 시대의 전력소”
2025년 들어 OpenAI는 ChatGPT 이후 성장의 한계를 뚫기 위해 ‘Stargate’라는 이름의 차세대 AI 슈퍼컴퓨팅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10억 달러 규모의 GPU 팜(GPU farm)을 기반으로, 글로벌 AI 모델 학습을 위한 중앙 허브 역할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DIGITIMES Asia에 따르면, 샘 올트먼은 2025년 하반기에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과 총 100억 달러 규모의 기술 제휴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약은 단순한 투자 유치가 아니라, 한국이 AI 인프라의 ‘제조 허브’이자 ‘데이터 에너지 공급국’으로 자리 잡는 전략적 초석으로 평가됩니다.
삼성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및 AI 전용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공급하며, SK하이닉스는 차세대 DRAM 및 냉각형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담당합니다.
여기에 SK텔레콤은 국가 통신망과 데이터 전송 인프라 통합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 OpenAI의 재정 리스크 — “혁신과 적자의 이중주”
그러나 화려한 제휴의 이면에는 불안한 숫자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DIGITIMES와 The Information 등의 보도에 따르면, OpenAI의 올해(2025년) 운영 손실은 약 78억 달러에 달할 전망입니다.
AI 모델을 훈련시키기 위한 엔비디아 GPU 구매 비용, 전력 인프라, 데이터 클라우드 운영비용이 폭증하면서
OpenAI는 수익보다 운영 지속성(sustainability)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과 SK의 투자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양사는 단순히 OpenAI의 고객이 아니라, 이 회사의 운영 효율성·원가 절감 구조를 실질적으로 떠받치는 ‘실행 파트너’로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3. 한국 반도체 산업의 ‘AI 전환점’
이번 제휴의 핵심은 “AI 인프라의 국가 주권화”입니다.
과거 반도체 산업이 스마트폰 시대를 이끌었다면, 이제 AI 산업은 반도체 수요를 다시 재편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자체 AI 데이터센터용 HBM4, HBM4E 개발을 2026년 양산 목표로 진행 중이며,
SK하이닉스는 2025년 3분기부터 냉각 효율이 30% 높은 AI 서버 전용 메모리 솔루션을 테스트 중입니다.
즉, OpenAI와의 협력은 단기적인 공급 계약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이 AI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산업 체질 개선의 실험장” 역할을 하게 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단순한 민간 거래가 아니라, 한국이 글로벌 AI 인프라 망의 핵심 축으로 편입되는 계기”라고 평가했습니다.
4. 정책적 파급효과 — “AI 인프라의 지정학”
정책적으로도 이번 제휴는 의미가 큽니다.
한국 정부는 ‘K-클라우드 고도화 전략’과 ‘AI 반도체 국가 클러스터’를 추진 중인데,
OpenAI의 Stargate 프로젝트가 국내 데이터센터나 전력망 구축과 연계된다면,
이는 사실상 “민간 주도의 국가 AI 전략” 이 되는 셈입니다.
특히, SK텔레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협력 중인 ‘AI 반도체 혁신 생태계 조성 사업(2024~2030)’ 과의 접점이 많아
향후 Stargate 관련 데이터센터가 국가 R&D 예산과 연계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또한 이번 제휴는 미·중 기술 분쟁 속에서
한국이 AI 인프라 중립국으로서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외교적 지렛대로도 작용할 전망입니다.
5. 현장의 시선 — “기술 동맹인가, 비용 분담인가”
국내 IT 업계에서는 시각이 엇갈립니다.
한 국내 반도체 업체 임원은 “OpenAI의 재정 구조를 보면 삼성·SK가 리스크를 분담하는 구조로 보인다”며
“기술 동맹이자 동시에 ‘비용 분담 동맹’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OpenAI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들어가는 것은 한국 입장에서 절대적 기회”라며
“이제 AI 인프라는 반도체 수출 이상의 국가 전략자산이 됐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한국 투자은행(IB) 업계는 이번 제휴로 인해 AI 반도체·전력·냉각 설비 관련 중소기업들의 동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6. “한국형 AI 인프라,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
현장을 종합해 보면, 이번 제휴는 한국 산업계가 맞닥뜨린 거대한 방향 전환의 신호탄입니다.
AI는 더 이상 소프트웨어의 영역이 아니라, 국가 인프라와 제조 생태계 전체를 재편하는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삼성·SK의 움직임은 단순히 OpenAI에 부품을 공급하는 수준이 아니라,
AI 시대의 “전력망·데이터망·반도체망”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새로운 국가 전략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OpenAI의 재정 불안정과 글로벌 기술 독점 구조가
한국 산업에 의존성 리스크를 안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이번 Stargate 프로젝트는 기술 주권과 비용 효율성 사이의 절묘한 줄타기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줄 위에서 한국이 선택한 방향은, AI 시대의 산업 패권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실험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