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드디어 유럽연합(EU)이 마련한 AI 실천강령(Code of Practice)에 서명하기로 했습니다. 이 소식은 단순한 참여 선언이 아니라,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규제 경쟁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실천강령은 EU의 인공지능법(AI Act) 이 실제 산업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자율 규범입니다. 13명의 독립 전문가들이 초안을 마련했고, 기업들이 AI법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줄여주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서명 기업들은 △AI 모델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 요약 공개 △저작권법 준수 △투명한 개발 절차 유지 △모델 활용 책임성 확보 등의 의무를 지게 됩니다.
1. 구글의 입장: ‘참여는 하되, 속도 저하 우려’
구글 글로벌 정책·법무 책임자인 켄트 워커는 공식 블로그에서 “유럽 시민과 기업이 안전하고 우수한 AI 도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서명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규제의 역효과에 대한 우려도 강조했습니다.
- 승인 절차 지연 가능성
- EU 저작권법과 상충할 수 있는 요구
- 기업의 영업 비밀이 외부에 노출될 위험
이런 요소들이 오히려 유럽 내 AI 개발 속도를 늦추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구글의 시각입니다.
2. 경쟁사들의 선택: 마이크로소프트 vs 메타
흥미로운 점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서로 다른 선택을 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서명 가능성이 크다고 이미 공개적으로 밝힌 반면, 메타는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메타는 “AI 모델 개발 과정에서 법적 불확실성이 크다”며 참여 거부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업 전략 차이를 넘어, 글로벌 AI 시장에서 규제와 혁신의 균형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유럽 시장에서 ‘규범 준수형 기업’ 이미지를 강화하는 반면, 메타는 보다 자유로운 개발 환경을 중시하는 선택을 택한 셈입니다.
3. EU의 전략: ‘글로벌 규범 선점’
유럽연합은 인공지능법을 통해 AI 기술을 규제하면서도, 동시에 세계 표준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GDPR(일반개인정보보호법) 이 전 세계 데이터 보호 기준으로 자리 잡은 것과 유사한 전략입니다.
EU가 설정한 AI 규제 틀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패권 경쟁 속에서 ‘제3의 길’을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규제가 과도하면 유럽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4. 한국에 주는 시사점
우리나라 역시 인공지능을 미래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명확한 법제도적 가이드라인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이번 구글의 EU AI 실천강령 참여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큰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 글로벌 시장에서 AI 규범 준수 여부가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
- 자국 기술 보호와 글로벌 협력 사이에서 균형이 필요함
- 기술 자립성을 강화하면서도, EU나 미국 등 주요 규범을 고려해야 함
특히 삼성전자·네이버·카카오 같은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 유럽 시장 진출 시 반드시 이 규제를 염두에 두고 사업 전략을 짜야 할 것입니다.
5. 결론: 규제와 혁신의 균형
이번 구글의 결정은 단순히 한 기업의 선택을 넘어, 글로벌 AI 거버넌스 경쟁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소비자 신뢰와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오픈AI, 그리고 한국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가 향후 AI 산업의 판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규제와 혁신의 균형이며, 이는 앞으로 전 세계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