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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뮌헨 모터쇼 2025] 전기차로 방향 전환, 유럽 자동차 산업의 위기와 기회

by mishika 2025.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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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규모의 자동차 전시회인 뮌헨 모터쇼(IAA Mobility 2025)가 개막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전례 없이 전기차(EV) 중심으로 구성되며, 자동차 산업이 새로운 변곡점에 들어섰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무대와 달리, 유럽 자동차 산업 전반에는 위기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업계 리더들은 유럽의 자동차 산업이 단순한 경쟁력 저하가 아니라 “존립의 위기(existential threat)”에 직면했다고까지 경고합니다.


1. EV 중심으로 재편된 뮌헨 모터쇼

올해 뮌헨 모터쇼는 EV 천하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BMW: 새로운 ‘뉴 클래스 EV’ 세단과 SUV를 최초 공개하며, 차세대 전기 플랫폼 전략을 강조했습니다.
  • 메르세데스-벤츠: EQ 시리즈의 후속 모델과 함께, 자율주행 기능을 강화한 럭셔리 전기차 라인업을 발표했습니다.
  • 폭스바겐: ID 시리즈의 대중형 EV를 추가하며 “전기차 대중화” 전략을 다시 한번 내세웠습니다.

전시장 전체를 봐도 절반 이상이 전기차 관련 모델, 배터리 기술, 충전 인프라 부스로 채워져 있습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차량 전시는 과거에 비해 크게 축소되었고, 사실상 “EV 전환의 공식 선언” 무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장에서의 성과입니다. 유럽 내 EV 판매는 증가세이지만, 정작 점유율의 상당 부분은 이미 중국산 전기차와 미국 테슬라가 가져가고 있습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중국 브랜드가 20%를 넘어섰고, 테슬라가 15%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점유율은 55% 수준으로 내려앉았습니다.

2. 중국 전기차의 공세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은 이번 모터쇼에서도 뚜렷했습니다.

  • BYD(비야디): 해치백부터 럭셔리 세단까지 풀라인업을 선보이며 유럽 시장 공략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가격은 독일산 EV보다 20~30% 저렴하면서도 배터리 내재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 NIO(니오):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을 유럽 주요 도시에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며 “충전 시간 단축”이라는 새로운 차별화 요소를 내세웠습니다.
  • Xpeng(샤오펑):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조하며 테슬라의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은 기술·가격·서비스 3박자를 동시에 강화하며 유럽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국차는 싸고, 충분히 쓸 만하다”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도 유럽 기업들에게는 위협적입니다.

3. 유럽 완성차의 방어 전략

유럽 완성차 기업들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 배터리 자립: 폭스바겐은 노스볼트(Northvolt)와 합작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스텔란티스도 ACC와 협력해 프랑스·독일·이탈리아에 배터리 메가팩토리를 건설 중입니다.
  • 고급화 전략: 포르쉐,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로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 소프트웨어 혁신: 메르세데스는 OTA 업데이트와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강화해 테슬라식 혁신을 따라잡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시도가 실제로 시장 점유율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합니다. 특히 에너지 비용 상승, 높은 인건비, 환경 규제 강화는 유럽산 EV 가격을 끌어올리며 중국과의 격차를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4. 에너지·금융 불안의 복합 위기

유럽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위기는 시장 경쟁만이 아닙니다.

  • 에너지 비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전력 단가가 급등하면서 전기차 생산 단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높아졌습니다.
  • 금융 불안: 프랑스 정정 불안과 국채 금리 상승은 유럽 증시 전반에 충격을 주며, 자동차 주가도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 R&D 위축: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연구개발 투자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유럽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 원가 구조, 금융 불안이라는 삼중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셈입니다.


5. 한국 기업에게 열리는 기회

유럽의 위기는 곧 한국 기업에게는 기회가 됩니다.

  • 삼성SDI: 독일에 배터리 생산 기지를 확장하며 폭스바겐·BMW 등 유럽 완성차와의 협력을 강화 중입니다.
  •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을 통해 스텔란티스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 SK온: 헝가리 공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유럽 배터리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현대차·기아는 EV6, 아이오닉 시리즈를 앞세워 유럽 내 전기차 판매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독일·프랑스·영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럽 소비자 입장에서 현대차·기아는 “중국차보다 품질이 높고, 독일차보다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포지셔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큰 점유율 확대가 기대됩니다.

6. 향후 전망: 2027년 구조조정의 서막

분석가들은 2027년 전후로 유럽 자동차 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 중소 완성차 업체: 전기차 전환에 필요한 R&D 자금이 부족해 퇴출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 대기업: 일부 브랜드를 정리하고, 소프트웨어·배터리 등 핵심 분야에 집중할 가능성이 큽니다.
  • 공급망 재편: 유럽 내 배터리 자립화가 충분히 진행되지 못한다면 한국·중국 배터리 기업의 의존도는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결국 뮌헨 모터쇼 2025는 단순히 신차 발표회가 아니라, 유럽 자동차 산업의 생존 시험대이자, 글로벌 경쟁 구도의 전환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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