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최근 글로벌 IT·자동차 시장에 연이어 ‘빅딜’을 성사시키며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테슬라와의 대규모 칩 계약이었고, 이제 그 흐름이 애플과의 협력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움직임이 미국 텍사스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생산 확대 – ‘텍사스 트라이앵글’ 전략
삼성은 본사가 있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국가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 내 생산은 주로 현지 수요를 맞추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번에 삼성은 상황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습니다.
텍사스 테일러(Taylor) 공장과 오스틴(Austin) 공장을 중심으로 한 ‘텍사스 트라이앵글’ 반도체 허브를 구축, 테슬라와 애플 양쪽에 핵심 칩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 테슬라 AI 칩 계약 – 최소 165억 달러 규모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될 이 칩은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FSD) 시스템과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젝트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특히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이 적용돼 전력 효율과 연산 속도에서 기존 제품을 압도합니다. - 애플 아이폰용 첨단 칩 – ‘자사보다 경쟁사 우선?’
오스틴 공장에서는 차세대 아이폰에 들어갈 고성능·저전력 칩을 생산합니다. 흥미롭게도, 이 기술은 삼성 자체 스마트폰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은 ‘선공급’ 기술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놀라움을 사고 있습니다.
소니 독점 깨는 ‘울트라 와이드’ 센서
삼성과 애플의 협력은 칩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현재 아이폰 18에 탑재될 차세대 울트라 와이드 카메라 센서 역시 삼성의 작품입니다. 기존에 소니가 독점하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카메라 센서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중요한 계약이죠.
이 센서는 야간 촬영과 초광각 화질 개선에 강점을 가지며,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습니다. 계약 규모는 무려 60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단순 부품 거래가 아니라 ‘애플-삼성’의 이해관계가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퀄컴까지? 반도체 협력의 확장
삼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퀄컴과의 협력도 모색 중입니다.
만약 성사된다면, 삼성은 자사의 스마트폰 라인업뿐 아니라 경쟁사 제품에 들어가는 모바일 칩 생산에서도 막대한 점유율을 확보하게 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우려가 있습니다. 삼성의 주요 생산 라인이 외부 고객 위주로 배치되면, 자사 플래그십 모델의 기술 진보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2026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울트라는 ‘혁신보다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국가 전략과 기업 생존의 균형
이번 삼성의 행보는 단순히 매출 확대를 넘어,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자국 내 생산을 늘리기 위해 반도체 제조업체에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이 기회를 활용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동시에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국 산업 경쟁력을 잊은 것은 아닙니다. 핵심 연구·개발은 여전히 한국 본사와 기흥·화성·평택 캠퍼스에서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 생산 라인은 ‘전략적 고객 대응’과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목적을 갖고 운영됩니다.
결론 – ‘글로벌 제조 허브’로의 진화
삼성은 이제 단순한 한국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제조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테슬라, 애플, 퀄컴이라는 ‘슈퍼 빅 3’을 모두 고객사로 둔 기업은 전 세계에서 삼성뿐입니다.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삼성은 단기적 매출 증대뿐 아니라 장기적인 기술 표준 주도권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자사 제품의 혁신이 늦춰지는 부작용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