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귀여운 로봇으로 기억되는 볼리 로봇은 한때 미래 스마트홈의 상징처럼 소개되었습니다. 노란색 구형 디자인, 집 안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사용자를 돕는 콘셉트는 많은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CES 2026 무대에서 볼리 로봇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전시 불참이 아니라, 삼성 로봇 전략 전반의 방향 전환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번 글에서는 삼성 볼리 로봇의 현재 위치와, 이 변화가 삼성 스마트홈과 로봇 산업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차분히 살펴보겠습니다.

삼성 볼리 로봇의 시작과 기대
볼리 로봇은 2020년 CES에서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당시 삼성은 볼리 로봇을 단순한 가전이 아닌, 사용자의 일상을 보조하는 지능형 동반자로 소개했습니다. 집 안을 돌아다니며 조명과 가전을 제어하고, 반려동물을 원격으로 살피며, 벽면에 정보를 투사하는 기능까지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구상은 삼성 스마트홈 전략의 확장판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스마트폰과 가전 중심이던 생태계를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로봇까지 확장하려는 시도였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볼리 로봇이 상용화된다면 삼성 로봇 사업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CES 2026 불참이 말하는 것
2026년 CES에서 볼리 로봇이 전시되지 않은 점은 업계에서 즉각적인 해석을 낳았습니다. 단순히 개발 지연이 아니라, 소비자 제품으로서의 방향성이 사실상 중단되었다는 신호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삼성은 볼리 로봇을 더 이상 판매 제품으로 설명하지 않고, 내부 혁신을 위한 연구 플랫폼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는 볼리 로봇이 하나의 완성품이 아니라, 여러 기술을 시험하고 축적하는 실험 장치로 역할이 바뀌었음을 의미합니다.
볼리 로봇은 실패인가
겉으로 보면 볼리 로봇은 출시되지 못한 제품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볼리 로봇을 통해 축적된 기술은 이미 다른 제품군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공간 인식 기술은 로봇 청소기와 공기청정기 센서 기술로 확장되었고, 상황 인지 기반 인공지능은 스마트 가전 자동화 로직에 녹아들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고려한 로컬 처리 설계 역시 삼성 스마트홈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즉, 볼리 로봇은 겉으로 사라졌지만, 내부적으로는 살아 있는 프로젝트에 가깝습니다.
구글 협업과 무산된 일정
삼성은 한때 볼리 로봇의 상용화를 위해 구글과 협력했습니다. 구글의 제미나이 인공지능을 적용해 대화 능력과 상황 판단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출시가 임박했다는 메시지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실제 일정은 지켜지지 않았고, 이후 추가적인 로드맵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기술 완성도보다 시장성과 가격 구조, 유지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가 더 컸음을 시사합니다. 가정용 이동 로봇은 기술보다 비즈니스 모델이 더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경쟁사는 전시, 삼성은 전략 수정
흥미로운 점은 CES 2026에서 경쟁사들은 여전히 인공지능 로봇을 적극 전시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엘지전자의 로봇 시리즈는 실제 판매를 전제로 한 모델로 소개되었습니다. 반면 삼성은 화려한 로봇 쇼 대신, 인공지능과 가전 통합 전략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는 삼성전자가 로봇을 독립 제품으로 보기보다, 전체 생태계의 일부로 흡수하려는 전략을 선택했음을 보여줍니다. 단기적인 화제성보다 장기적인 기술 내재화를 택한 셈입니다.
삼성 로봇 전략의 방향
볼리 로봇의 변화는 삼성 로봇 전략이 실패가 아니라 진화 단계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로봇 대신, 가전과 인공지능, 센서 기술 전반을 끌어올리는 토대 역할을 맡은 것입니다.
이 접근은 단기간 수익보다는 기술 자립과 장기 경쟁력을 중시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기술을 축적하려는 흐름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결론
삼성 볼리 로봇은 더 이상 매장에서 만날 제품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실험과 축적은 삼성 스마트홈과 가전 전반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습니다. 무대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실패로 단정하기에는 이릅니다. 오히려 삼성 특유의 방식으로, 기술을 내부에 축적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볼리 로봇은 제품이 아니라 과정이었고, 그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