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대만의 관계는 겉으로 보기엔 조용하고 섬세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후지산처럼 견고하고, katana처럼 날카로운 복합적 구조를 품고 있습니다. 이 두 나라는 공유된 역사와 정서적 유대감, 그리고 지정학적 현실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더욱 절실히 인식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그 중심에는 ‘Kizuna’, 곧 유대감이라는 일본어 개념이 있습니다. 이 유대감은 마치 벚꽃처럼 연약해 보이지만, 위기 속에서 빛나는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성의 유대에서 안보의 협력으로
일본과 대만은 과거 자연재해와 감염병 위기 속에서 상호 지원을 통해 강한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군사적 도전과 지정학적 압박 속에서, 양국은 단순한 정서적 연대를 넘어 전략적 협력으로 나아갈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일본과 대만의 관계는 감성적 기반 위에 안보적 실리를 덧입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대만의 위기는 곧 일본의 위기(Taiwan’s contingency is Japan’s contingency)”라는 문구는 단순한 수사가 아닌, 외교·군사 전략의 중심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일본 외교의 한계: One-China Policy라는 족쇄
일본은 여전히 One-China Policy를 공식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베이징과의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대만과의 안보 협력을 공개적으로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동반합니다. 실제로 일본은 대만과의 전략적 대화를 자주 간과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의 해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외교 환경 때문입니다.
그 결과, 일본의 태도는 불안정하고 지속 불가능한 중간지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대만 유사시 실질적인 공조 체계가 갖춰지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해양 및 우주 안보: 협력의 새로운 축
중국은 최근 해양 세력 확장과 함께 우주 기술 경쟁력을 급격히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센카쿠 열도 주변에서 중국 해경의 도발이 안보 위협이 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LEO(저궤도) 위성을 포함한 우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 7월, 미일 안보 조약 제5조 개정을 통해 우주에서의 공격도 방어 대상으로 명시한 점은 일본의 위기의식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또한, 해저 케이블 절단 사건과 같은 중국의 비대칭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LEO 위성 통신망 구축은 필수 과제가 되었습니다.
대만의 우주 전략: 조용하지만 단단한 준비
대만은 이미 2019년부터 LEO 위성 개발 및 발사 기지 구축을 포함한 장기 계획을 진행 중입니다. NTD 251억 대만달러(약 8억 3천만 달러)가 투입된 이 계획은 국가적 위기 시 통신 복원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대만 우주청(TASA)과 디지털 발전부(MODA)가 이 전략을 주도하며, 점차 자립적 위성 기술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Katana 전략: 우아하지만 실전적이어야
일본과 대만의 협력은 단순한 선언이 아닌, 실행 가능한 시스템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현재 해양 경비 협력과 우주 기술 공동 개발은 진행 중이지만, 합동 훈련이나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는 여전히 미흡합니다. 일본은 대만과의 협력을 공식 외교 채널 밖에서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실질적 안보 역량 강화에는 제약이 따릅니다.
이제는 우아한 유대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진정한 katana 전략은 세련됨과 실용성을 동시에 담아야 합니다. 일본과 대만은 평시에는 민간, 기술 협력을 기반으로, 위기 시에는 신속한 전환이 가능한 유연한 대응 구조를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마무리: 관계를 넘은 전략, 감정을 넘어선 연대
일본과 대만의 관계는 단순한 감정적 동질감이나 역사적 공감대를 넘어서, 공동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전략적 협력 모델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해양과 우주, 그리고 정보·기술의 통합 네트워크가 바로 양국의 미래를 지키는 핵심 도구가 될 것입니다.
유대감(Kizuna)이 일본과 대만의 관계를 맺어주었다면, 이제는 katana 같은 실전적 구조가 그 관계를 지켜내야 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