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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

[퀄컴 소송] 영국의 ‘29만 명 스마트폰 환급 사건’, 한국 소비자에게 주는 경고는?

by mishika 2025.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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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 개요 – ‘스마트폰 가격을 부풀린 혐의’

2025년 10월, 영국 런던의 경쟁항소법원(Competition Appeal Tribunal)에서는 한 가지 이례적인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소비자 단체가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Qualcomm)을 상대로 제기한 대규모 집단소송이 본격화된 것입니다.

소송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퀄컴이 지난 2015년 10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약 9년 동안, 자사의 특허 및 칩셋 공급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스마트폰 제조사들—특히 애플과 삼성전자—에 과도한 기술 사용료를 부과했다는 주장입니다.

그 결과, 제조사들은 인상된 라이선스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했고, 이는 영국 내 2,900만 명의 아이폰·갤럭시 사용자들이 평균 17파운드(약 2만 9천 원)씩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위치 측의 논리입니다.

총 청구 금액은 약 4억8천만 파운드(한화 약 8,300억 원).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소비자 손해배상 청구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 ‘위치’의 도전 – 소비자가 직접 기업을 고발하다

소송을 주도하는 위치는 단순한 시민단체가 아닙니다. 1957년 설립된 영국 대표 소비자 보호 단체로, 제품 평가·소비자 권익 옹호·시장 감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이번 소송을 대표하는 아나벨 홀트(Anabel Hoult) 최고경영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재판은 소비자의 힘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만약 위치가 나서지 않았다면, 개별 소비자들이 퀄컴 같은 거대 기업을 상대로 피해를 입증하고 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시장 독점과 기술 권력의 불균형에 맞서는 일종의 사회적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3. 퀄컴의 반론 – “우리는 혁신의 대가를 받았을 뿐”

퀄컴은 그간 여러 나라에서 유사한 소송을 겪어왔습니다. 유럽연합(EU),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도 반독점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일부는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영국 재판에서 퀄컴은 “시장 경쟁은 정당했으며, 위치가 주장하는 피해액은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특히 퀄컴 측은 ‘혁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모뎀칩·통신 특허 기술을 개발한 대가로 라이선스 비용을 부과한 것이지, 시장을 조작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특허 기술이 사실상 필수(Standard Essential Patent) 일 경우,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FRAND)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국제 원칙을 들고 나왔습니다. 즉, 퀄컴의 주장이 어디까지 인정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4. 영국 소비자의 시선 – ‘17파운드보다 큰 정의감’

영국 내 여론은 이미 뜨겁습니다. 단순히 17파운드 환급이 목적이 아니라, 거대 기술기업의 독점 구조를 바로잡는 선례를 남기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기술 의존 사회’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소비자는 더 이상 수동적 구매자가 아니라 시장 균형의 이해당사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5. 한국 시장과의 연관성 – ‘기술 주권’과 경쟁 질서

이 사건은 단지 영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사실 한국 역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에 1조 3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같은 논리로 제재를 가한 바 있습니다.

당시 쟁점도 동일했습니다. 퀄컴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불공정한 특허 계약을 강요하고, 경쟁 칩셋 제조사의 시장 진입을 방해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차원에서 퀄컴의 시장 지배력은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왔으며, 이번 영국 소송은 이러한 ‘글로벌 기술 독점’에 대한 연쇄 반격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술 자립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6. 법적 쟁점 – ‘시장 지배력’ vs ‘혁신 권리’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쟁점 위치 주장 퀄컴(Qualcomm) 반론
시장 지배력 남용 특허·칩셋 공급 시장을 동시에 장악, 경쟁사 배제 기술 경쟁의 결과이며 합법적 비즈니스 모델
소비자 피해 입증 가격 인상분이 명확히 소비자에게 전가됨 실제 소비자가 손해를 입었다는 증거 부족
라이선스 조건 FRAND 원칙 위반 국제 특허법에 부합하는 계약

소송은 약 5주간 1차 심리를 거쳐 판결 전 단계에 돌입하며, 이후에는 손해배상 규모와 배분 절차를 다루는 2차 심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7. 소비자법의 진화 – ‘영국판 집단소송’의 실험

영국은 미국과 달리 집단소송 제도가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2020년 개정된 ‘소비자 단체 대표 소송 제도(Collective Proceedings Order)’의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이는 유럽 각국이 미국식 집단소송의 장점을 일부 받아들이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공익 단체만이 대표 청구할 수 있다’는 제한을 둔 모델입니다.

즉, 영국 시민들이 퀄컴을 상대로 개인 청구가 아닌 단체 소송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제도 덕분입니다.

8. 향후 전망 – 글로벌 반독점 전선 확산

이번 소송 결과는 영국을 넘어 유럽, 그리고 아시아의 소비자 권익 강화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만약 위치가 승소한다면, 한국·독일·프랑스 등도 유사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기술 라이선스 의존도가 높은 스마트폰 산업에서는, “공정한 기술 거래”가 브랜드 신뢰도의 핵심 요소로 떠오를 것입니다.

한국 역시 자국 내 기업이 해외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기술 자립 정책을 강화해야 할 시점입니다.


9. 결론 – ‘17파운드의 정의’가 남긴 메시지

이 사건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소비자의 권리가 집단적 힘으로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기술 독점이 영원하지 않다는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퀄컴의 향후 대응 여부에 따라, 이번 재판은 세계 반독점법의 이정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영국의 17파운드 배상 소송은 결국 ‘기술의 시대에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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