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충격 특허’가 던진 질문
2025년 9월, 닌텐도와 포켓몬 컴퍼니가 미국 특허청(USPTO)으로부터 승인받은 U.S. Patent No. 12,403,397은 단순한 법적 사건이 아닙니다.
이 특허는 “메인 캐릭터가 가상공간에서 서브 캐릭터를 소환하고, 자동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시스템”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는데, 이는 사실상 포켓몬 배틀의 기본 구조를 법적으로 독점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습니다.
문제는 이 메커니즘이 너무 일반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RPG, 전략 시뮬레이션, 수집형 게임을 막론하고 ‘소환 → 전투 → 자동화된 상호작용’은 흔히 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특허 승인 이후, 전문가들은 “이제 업계 전체가 포켓몬의 그림자 속에 갇힐 수 있다”라고 경고합니다.
2. 특허의 구체적 내용
이번 특허는 단순히 “포켓몬을 던져 싸우게 한다”는 개념적 표현에 그치지 않습니다. 특허 문서에는 다음과 같은 핵심 요소가 포함됩니다.
- 메인 캐릭터: 사용자가 조작하는 주체
- 서브 캐릭터(소환 캐릭터): 메인 캐릭터에 의해 호출되어 전투를 진행
- 자동 전투 시스템: 서브 캐릭터가 일정 규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적과 교전
- 가상 공간 이동: 메인 캐릭터가 공간을 이동하며 소환과 전투를 반복
즉, 이 구조를 단순히 포켓몬 시리즈에 한정하지 않고, 일반적인 ‘소환형 전투 게임’ 전체에 적용 가능한 범위로 설정해 두었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입니다.
3. 업계 전문가들의 반응
이번 사건은 단순한 법률 뉴스가 아니라, 게임업계의 창작 자유를 위협하는 ‘레드 플래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 플로리안 뮐러(Florian Mueller, Games Fray 저자)
“실제로 충격적이다. 이렇게 광범위한 메커니즘이 특허로 인정된다면 수많은 게임이 위험에 처한다. 업계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나쁜 특허’다.” - 커크 시그몬(Kirk Sigmon, 특허 변호사)
“이 정도로 넓은 범위의 특허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승인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수많은 의문점과 레드 플래그를 남긴다.”
즉, 이번 특허는 단순히 닌텐도의 법적 승리가 아니라, 글로벌 게임 산업 전체의 ‘창작 생태계’를 흔드는 사건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4. 팔월드 사례와 닌텐도의 전략
이번 특허 논란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이미 닌텐도와 포켓몬 컴퍼니가 팔월드(Palworld) 개발사 포켓페어(PocketPair)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팔월드는 포켓몬과 유사한 디자인 및 시스템으로 논란을 빚었고, 결국 개발사가 일부 콘텐츠를 수정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제 닌텐도가 특허라는 강력한 무기까지 확보하면서, 향후 유사 게임을 압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더욱 공고해진 셈입니다.
- 가능한 시나리오
- 팔월드와 같은 직접 경쟁작 제재 강화
- 인디 RPG·수집형 게임 개발사들에 대한 위협 효과
- 글로벌 법정에서의 장기적 분쟁 가능성
5. 왜 이 특허가 위험한가?
- 창작 위축 효과
- 새로운 게임 개발자들이 “혹시 닌텐도 특허에 걸리는 건 아닐까?”라는 두려움으로 도전적 아이디어를 회피할 가능성
- 법적 불확실성 확대
- 특허 범위가 모호해, 어디까지 침해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
- 산업 독점 강화
- 거대 기업이 일반적인 시스템을 독점할 경우, 중소·인디 개발사의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짐
6. 글로벌 규제 논쟁 가능성
이번 사건은 단순히 닌텐도 vs 경쟁사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게임 규제의 차원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특히 유럽연합(EU)과 미국 내 법조계에서는 “게임 메커니즘에까지 특허를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다시 제기될 수 있습니다.
- 찬성 측 논리: 창작자의 독창적 아이디어 보호 필요
- 반대 측 논리: 지나치게 광범위한 권리는 오히려 혁신을 억압
이는 과거 소프트웨어 특허 논란과도 맥이 닿아 있으며, 향후 국제적인 법적 기준 마련 논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7. 한국 게임업계에 주는 시사점
한국은 MMORPG·모바일 RPG 강국입니다. 특히 소환수 전투, 자동 전투 시스템은 거의 모든 모바일 RPG에 들어가는 기본 요소입니다.
따라서 이번 특허가 글로벌 표준으로 굳어진다면, 한국 게임사 역시 법적 분쟁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들이 대비해야 할 시점
- 인디 개발사 역시 글로벌 진출 시 법적 리스크를 고려해야 함
- 한국 정부와 업계 단체도 국제 특허 규제 논의에 적극 참여할 필요
8. 결론 – 창작 자유와 독점 규제 사이의 균형
닌텐도와 포켓몬 컴퍼니의 이번 특허는 단순한 기업의 승리라기보다, 게임업계 전체가 마주한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창작자 권리 보호라는 명분과, 산업 전체의 혁신 억제라는 역효과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 특허가 실제 분쟁에서 어떻게 활용될지는 미지수지만, 분명한 사실은 하나입니다.
게임업계의 미래는 더 이상 단순한 ‘아이디어 싸움’이 아니라, ‘법적 무기’까지 포함된 총력전이 되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