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권력 지형의 변곡점
TIME지가 발표한 TIME100 AI 2025는 단순한 명단 공개가 아닙니다. 누가 표준을 세우고, 누가 규제하며, 누가 인프라를 지배하고, 누가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는지 보여주는 AI 권력의 ‘체온계’입니다.
올해 리스트는 미국 빅테크의 얼굴만이 아니라, 유럽이 ‘목소리’를 키우는 모습, 그리고 중국이 딥시크(DeepSeek)라는 새로운 무기를 들고 ‘측면 돌파’하는 모습을 동시에 드러냈습니다.
유럽: “제3극”을 꿈꾸다
헨나 비르꾸넨 (Henna Virkkunen,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집행위원장)
비르꾸넨은 ‘기술 주권·안보·민주주의 담당’ 부집행위원장이라는 새로운 자리에서 유럽 AI 전략의 뿌리 권한을 잡았습니다.
그녀가 주도한 AI 컨티넨트 액션 플랜은 세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 기가팩토리 건설 (칩·AI 전력 인프라 자립)
- 공공·민간 슈퍼컴퓨팅 네트워크 (산업 규모 AI 연구 기반)
- 데이터 팩토리 구축 (유럽형 AI 데이터 주권 확보)
이와 함께 여름에 시행된 GPAI 자율 행동규범(Code of Conduct)은 AI 법(AI Act)의 가교 역할을 하며, 유럽의 외국산 클라우드·칩 의존도를 ‘풀어내려는’ 시도로 평가됩니다.
클라라 샤파즈 (Clara Chappaz, 프랑스 인공지능·디지털부 장관)
프랑스는 지난 1년간 유럽 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 INESSIA(국가 AI 평가·안전 연구소) 설립
- Dare AI 프로젝트: 2030년까지 프랑스 경제 전반에 AI를 ‘직조하듯’ 심는 전략
샤파즈 장관은 “주권 세탁(Sovereignty Washing)”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즉, 미국 빅테크가 단순히 유럽 현지 법인을 세우고 ‘주권 클라우드’라는 착시를 주는 행위를 꼬집은 겁니다. 그녀는 “유럽은 무리를 지어(pack) 행동해야 한다”는 전략을 강조하며, 윤리적·지속가능한 ‘제3의 길’을 제시합니다.
올리버 일럿 (Oliver Ilott, 영국 AI 안전연구소 소장)
영국의 AI Safety Institute(AISI)는 불과 2년 만에 태스크포스에서 전 세계 모델 검증의 모범 연구소로 성장했습니다.
일럿은 이제 고급 모델을 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동맹국과 공유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이는 ‘AI 초가속 경쟁’을 위한 기술적 제동장치 역할을 합니다.
중국: 딥시크(DeepSeek)의 충격
2025년 1월 20일, 딥시크-R1은 첫 번째로 기존 폐쇄형 프리미엄 모델에 정면 도전한 오픈 웨이트(Open-weight) 모델로 등장했습니다. 같은 날, 창업자 량원펑은 리창 총리와 비공개 회동을 했습니다. 이는 중국 정부가 AI를 스타트업 경쟁이 아니라 국가-산업 프로젝트로 밀어붙이겠다는 상징적 메시지였습니다.
그러나, ‘열린 무게(open-weight)’ 접근은 동시에 각국 규제당국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 혁신적이라는 평가와
- 위험 노출에 따른 사용 금지·차단 움직임이 공존하는 상황입니다.
시장 반응과 경쟁 구도 변화
딥시크는 소비자 통계에서도 단숨에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 a16z 보고서에 따르면,
- 웹 트래픽은 2월 정점 대비 40% 이상 하락
- 모바일은 성장세가 꺾이며 –22%
- 반면 Perplexity와 Claude는 상승 곡선을 타고 있음
- Google Gemini는 ChatGPT에 이어 확실한 2위로 자리 잡는 중
즉, 딥시크의 돌풍 → 규제 리스크 → 경쟁자 반사이익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결론: AI 권력의 다극화가 시작됐다
- 미국: 여전히 기술·자본·생태계에서 목소리 가장 큼
- 유럽: 기술 주권과 윤리·안전을 무기로 ‘제3극’ 등장
- 중국: 딥시크라는 규제 자석이자 도전자로 존재감 강화
TIME100 AI 2025는 AI가 단순한 코드나 모델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산업·문화·안보를 아우르는 글로벌 권력의 분화임을 보여줍니다.
앞으로의 AI 경쟁은 더 이상 “미국 vs 미국 2”의 이원구도가 아니라, 다극적이고 복합적인 권력 구조로 흘러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