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퀄컴이 최근 체결한 계약은 단순한 거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인 2나노미터(nm)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중심으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며,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양사 간의 계약 배경, 기술적 의미, 업계 파장 등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퀄컴의 이중 소싱 전략과 그 의미
퀄컴은 수년간 TSMC(타이완 반도체 제조사)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 왔지만, 최근 몇 년간 공급망 안정성과 가격 협상의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이중 소싱 전략을 채택해 왔습니다. 이 전략은 퀄컴이 일부 칩을 삼성 파운드리에서, 나머지를 TSMC에서 생산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하지만 이 전략이 항상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삼성의 3나노 GAA 초기 수율이 낮았던 탓에, 퀄컴은 스냅드래곤 8 시리즈의 초기 제품을 전량 TSMC에 맡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이후 수율 개선에 성공하며 다시 퀄컴의 파트너로 떠오르게 됩니다.
삼성 2나노 GAA 공정의 성과
삼성전자는 2025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2나노 공정 양산에 나설 계획입니다. 이에 앞서 Exynos 2600 칩셋의 시험 생산을 통해 수율을 점검하고 있으며, 업계 보고에 따르면 현재 2나노 공정의 수율은 약 30~50% 수준으로, 이전 세대 대비 괄목할 만한 개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TSMC의 3나노 공정이 약 60% 수율을 기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의 기술력도 빠르게 따라잡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GAA 기술은 기존 핀펫(FinFET) 기술보다 전력 효율과 성능 측면에서 더욱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삼성은 이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이번 협력을 통해 삼성은 그 기술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할 기회를 얻게 된 셈입니다.
스냅드래곤 8 엘리트 제너레이션 2: 전환점 될까?
스냅드래곤 8 엘리트 제너레이션 2 칩은 원래 TSMC의 3나노 N3P 공정에서 대량 생산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삼성과의 계약이 체결되며 향후 일부 물량이 삼성의 2나노 공정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퀄컴 입장에서도 삼성과의 협력은 TSMC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계약이 실제로 스냅드래곤 8 엘리트 제너레이션 2의 생산에 영향을 줄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술 트렌드와 업계 상황을 종합하면, 이 계약이 단기적인 테스트 차원을 넘어서 중장기적인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삼성의 전략과 퀄컴의 선택
삼성은 2025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2나노 GAA 공정의 수율 안정화 계획을 밝혔으며,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외부 고객의 주문을 받을 것이라 예고했습니다. 고객의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퀄컴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습니다.
퀄컴 역시 애플과 달리 자체 생산 시설이 없는 팹리스(fabless) 기업으로, 칩 제조 파트너의 선택이 사업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삼성의 기술력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TSMC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삼성과의 협력을 확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시장의 판도 변화 가능성
이번 협력은 단순히 기술 계약이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독점 구조에 균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삼성은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반도체 자립이라는 측면에서도 이번 계약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퀄컴과의 협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미국 내에서도 삼성의 입지는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미래를 향한 기술 동맹
삼성과 퀄컴의 이번 계약은 단순한 기술 공급을 넘어선 전략적 동맹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 두 기업의 협력은 경쟁을 넘어서 생존을 위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 이 계약은 성공적인 기술 협력의 모범 사례가 될 수도, 혹은 다시금 TSMC의 독주를 견고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이번 계약은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