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고성능 메모리 시장을 놓고 다시 한번 큰 도전에 나섰습니다. 바로 HBM3E(High Bandwidth Memory 3E)의 대량 생산을 시작한 것인데요, 문제는 Nvidia의 공식 인증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상황이 더 복잡한 이유는 삼성의 생산 일정이 인증보다 앞서 있다는 점이며, 만약 인증이 불발될 경우, 삼성은 쓸모없는 고성능 메모리 재고를 끌어안고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됩니다.
인증보다 앞선 생산, 과감한 도전인가 위험한 베팅인가?
삼성은 2025년 1분기부터 HBM3E의 대량 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2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정황이 ZDNet Korea를 통해 확인되었는데요, 이는 Nvidia의 인증 없이 시작된 선행 생산입니다. Nvidia가 최종적으로 해당 제품에 ‘적합하다’는 인증을 내리지 않을 경우, 삼성은 막대한 규모의 불용 재고를 떠안게 됩니다.
한 산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는 마치 "시험 답안지를 먼저 제출해 놓고 시험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상황"과도 같습니다.
인증 지연의 진실, 6월에서 8월로 미뤄진 일정
원래 Nvidia의 인증은 2025년 6월경 완료될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내 복수의 보도에 따르면, 인증 일정이 7월 혹은 8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해집니다. 이로 인해 삼성의 HBM3E 생산 일정과 고객 수요 간의 타이밍 불일치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죠.
HBM3E는 일반적인 반도체와 달리, 최대 6개월이 소요되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웨이퍼 단계부터 12층으로 쌓이는 패키징 과정까지는 매우 정교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삼성 입장에서는 인증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인증 실패 시의 리스크는 어느 정도일까?
가장 큰 리스크는 간단합니다. 팔 수 없는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인다는 것입니다. Nvidia가 인증을 끝내지 못하거나, 다른 업체의 HBM3E를 채택한다면 삼성의 제품은 판매처를 잃게 됩니다. 일부는 사양을 낮추거나 가격을 대폭 인하해 2차 고객에게 판매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삼성의 브랜드 신뢰도에도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반도체 업계는 고성능 메모리를 대량 생산 후 폐기 처리하거나, 원가 이하로 판매한 사례도 있었으며, 이는 기업의 연간 재무 실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삼성의 신뢰, 이번엔 통할까?
이러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강수를 두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Nvidia와의 비공식적인 신호 또는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에는 괜찮다, 기다릴 테니 생산하라”는 식의 메시지를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Nvidia 입장에서도 삼성과의 안정적인 공급망 유지는 중요합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시장 점유율에서 앞서고 있으나, 공급망 다변화와 HBM4 시대를 대비한 전략적 선택으로 삼성과의 협력이 필수적일 수 있습니다.
HBM3E 실패 시의 시나리오: HBM4로의 선회?
HBM3E 인증이 장기 지연되거나 실패할 경우, 삼성은 빠르게 HBM4 생산 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HBM4는 새로운 기술 기반으로, 삼성 입장에서는 초기부터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 경우, 삼성은 단기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차세대 메모리 시장의 패권을 노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결론: 생산은 시작됐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지금 삼성은 미래를 담보로 한 베팅을 하고 있습니다. 이 베팅이 성공한다면, SK하이닉스에 잠식당한 HBM 시장에서 반격의 신호탄이 될 것이고, 실패할 경우에는 재고, 재무, 신뢰도라는 삼중고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삼성은 정체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빠르게 움직이며 리스크를 감수하는 삼성의 모습은, 바로 지금이 반도체 전쟁의 한가운데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