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0일, 삼성 SDI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외곽에 위치한 자사 배터리 제조 공장이 모든 환경보호 및 노동안전 규정을 완벽히 준수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번 성명은 헝가리 국영 통신사 MTI를 통해 전달됐으며, 최근 현지 언론에서 제기된 환경오염 및 안전 관리 의혹에 대한 명확한 반박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발표문에서 삼성 SDI는 공장 운영의 투명성을 거듭 강조하며, "허위 데이터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정보"를 담은 일부 언론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나아가 법적 조치 검토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동시에 헝가리 당국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와 지역사회와의 소통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 공급망을 둘러싼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기술력과 생산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환경 규제 준수 여부, 노동자 안전 관리 수준, 지역사회와의 관계까지 종합적으로 검증받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삼성 SDI 헝가리 공장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단순한 기업 해명을 넘어,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현주소와 유럽 산업 정책의 복잡한 속내를 동시에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삼성 SDI 헝가리 공장은 어떤 곳인가
삼성 SDI 헝가리 배터리 공장은 2016년부터 가동된 삼성그룹의 유럽 배터리 생산 전략 거점입니다. 수도 부다페스트 인근 괴드(Göd) 지역에 자리 잡고 있으며, BMW,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유럽 주요 완성차 제조사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핵심 생산 기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헝가리는 지리적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등 유럽 자동차 산업 벨트의 중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러한 입지적 이점과 함께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 헝가리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이 맞물리면서, 삼성뿐 아니라 SK, LG, CATL 등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들이 앞다퉈 헝가리에 공장을 건설했습니다. 현재 세계 10대 배터리 제조업체 중 5곳이 헝가리에서 생산 시설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삼성 SDI 괴드 공장은 약 8,0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생산량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해외 생산 기지가 아니라, 유럽 전기차 배터리 자립 전략 속에서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상징적 위치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논란의 시작, 그리고 배경
최근 헝가리 현지 탐사 언론 매체 텔렉스(Telex)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삼성 SDI 괴드 공장을 둘러싼 환경 및 안전 관리 문제를 제기하는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보도 내용은 주로 발암물질 배출 의혹, 필터 시스템 결함, 근로자 건강 피해 가능성 등이었습니다.
특히 텔렉스는 2023년 3월 공장 내에서 기준치의 200배 이상 초과한 유해물질 중독 사고가 발생했으며, 일부 측정 기록에서는 기준치의 510배에서 1,000배에 달하는 수치가 검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2022년 직원 건강 검진 결과, 2,159명 중 857명을 조사한 결과 98명에게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화학물질이 체내에서 발견됐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공장 내 유해 먼지를 걸러내는 필터가 평균 2.4마이크로미터 크기에 최적화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0.3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 분말이 사용되고 있어 필터 효율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로 인해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이 포함된 검은 분진이 공장 곳곳에 쌓이고 외부로 배출됐다는 주장입니다.
더욱 논란을 키운 것은 헝가리 정부가 삼성 경영진을 도청·감시한 이른바 '사찰 보고서'가 유출됐다는 사실입니다. 헝가리 헌법보호국이 2022년 말까지 삼성 임원들의 전화통화, 이메일, 문서 등을 광범위하게 수집했으며, 이 내용이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배포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사안은 정치적 차원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삼성 SDI의 반박과 입장
삼성 SDI는 이번 논란에 대해 즉각적이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회사 측은 "공장 운영은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모든 환경보호 및 노동안전 규정을 충족하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현지 언론이 문제 삼은 '검은 먼지'에 대해서는 "유해물질이 아니라 흑연"이라고 반박하며, "헝가리 환경 규제를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또한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허위 데이터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정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삼성 측은 문제 제기 이후 한국에서 엔지니어를 파견하고, 공기 필터 및 환기 시스템 개선을 위한 장비를 도입하는 등 공조 시스템 전면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과 동시에, 개선 가능한 부분은 선제적으로 보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로 해석됩니다.
삼성 SDI는 또한 헝가리 당국과의 협력을 지속해왔으며,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습니다.
헝가리 정부의 딜레마
흥미로운 점은 헝가리 정부의 애매한 태도입니다. 텔렉스 보도에 따르면, 헝가리 국무회의에서 일부 장관들은 삼성 공장 폐쇄를 주장했으나, 대다수 장관들은 "삼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고 합니다.
당시 삼성은 헝가리 내 배터리 공장 증설 또는 추가 건설을 검토 중이었으며, 대안으로 체코나 폴란드도 살펴보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헝가리 정부로서는 삼성의 투자 이탈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고, 정치적으로도 외국인 투자 유치를 강조해 온 오르반 정권의 지지층 이탈을 염려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2024년 헝가리 지방선거에서는 배터리 공장이 위치한 대부분 지역에서 외국 기업 투자 유치를 공약으로 내건 오르반의 집권당 '피데스' 소속 후보들이 당선됐습니다. 오르반 총리는 "배터리 산업에 투자하는 자가 미래를 얻을 것"이라는 연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헝가리는 2010년대 후반부터 삼성, SK, LG 등 한국 대기업들로부터 수조 원대 투자를 유치하며 막대한 고용을 창출해왔습니다. 헝가리 경제가 독일 등 주변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정부로서는 강경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구조적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법적 분쟁의 이력과 현재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삼성 SDI 괴드 공장은 2018년 이후 환경 관련 위반으로 총 56차례 벌금을 부과받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2024년 5월에는 부다페스트 지방법원이 환경 허가 정지 판결을 내렸고, 2025년 10월에는 현지 환경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삼성이 패소하며 운영 허가가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법적 분쟁은 삼성과 헝가리 정부, 그리고 현지 주민 및 환경단체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삼성 입장에서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거점을 지켜야 하고, 헝가리 정부는 경제적 이익을 포기할 수 없으며, 지역 주민들은 환경과 건강권을 우선시하는 상황입니다.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과제
이번 논란은 삼성 SDI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배터리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보여줍니다. 전기차 시대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생산 과정에서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 등 유해 중금속을 다루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분진, 폐수 등의 관리는 필수 불가결한 과제입니다.

유럽연합은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국 산업 보호와 규제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배터리 제조사들은 기술력과 생산 능력뿐 아니라, 규제 대응 능력, 소통 전략, 지역사회와의 공존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받는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삼성 SDI의 이번 대응은 이러한 복잡한 환경 속에서 비교적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위기관리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기업의 해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유럽 시장에서는 규제 당국의 독립적 검증과 데이터 공개가 더 큰 신뢰를 얻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향후 주목할 부분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헝가리 및 유럽연합 규제 당국의 추가 조사 여부와 공식 입장입니다. 독립적인 제3자 기관의 검증이 이루어질 경우, 논란은 보다 명확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반응입니다. BMW,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주요 고객사들이 이번 이슈를 어떻게 평가하고, 공급 계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최근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ESG 기준을 협력사 평가에 엄격히 적용하고 있어, 삼성으로서는 신뢰 회복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셋째, 한국 정부와 삼성그룹 차원의 대응입니다. 이번 사안이 단순한 현지 공장 문제를 넘어 한국 배터리 산업 전체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 간 협력적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
삼성 SDI 헝가리 배터리 공장을 둘러싼 논란은 글로벌 배터리 산업에서 환경과 노동 기준이 얼마나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삼성 SDI는 모든 규정을 충족하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투명성과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법적 분쟁 이력과 현지 언론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고려할 때,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앞으로 이 논란이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는 유럽 규제 당국의 독립적 판단과 시장의 반응, 그리고 삼성의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결정될 것입니다.
전기차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배터리 산업은 이제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환경·사회·지배구조 전반에 걸친 지속가능성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삼성 SDI 헝가리 공장 사례는 그 변화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