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 격차의 진짜 원인은 배터리가 아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자율성' 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사용자는 충전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배터리 용량에 더 민감해졌고, 특히 중국 브랜드는 이를 무기로 삼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과 애플은 여전히 5,000mAh 전후에서 멈춘 듯 보이죠.
하지만 단순한 기술력 부족이 원인은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규제’라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습니다.
실리콘-탄소 배터리의 진격, 그러나 서구는 멈춰 섰다
최근 샤오미, 리얼미,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실리콘-탄소 배터리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잇달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전통적인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더 높은 에너지 밀도, 더 빠른 충전 속도, 더 낮은 발열을 자랑합니다. 무엇보다도 무게는 가볍고 크기는 작으면서 용량은 더 크죠.
예컨대, POCO F7 인도 버전은 7,550mAh의 배터리를 탑재했습니다. 글로벌 버전은 규제 문제로 6,500mAh로 축소됐지만 여전히 경쟁 브랜드를 압도하는 수치입니다.
애플과 삼성은 왜 더 큰 배터리를 넣지 못하나?
여기서 많은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질문합니다. “왜 삼성과 애플은 안 되는가?”
답은 단순합니다. ‘법 때문’입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 규제 당국은 모든 항공 운송용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단일 셀 에너지 용량을 20Wh 이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는 발화 위험을 줄이고, 국제 운송 시 안전 문제를 피하기 위함입니다.
예를 들어 5,000mAh 배터리는 약 19Wh 수준으로 간신히 통과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 규제는 애플과 삼성처럼 미국·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기업들에게는 절대적인 족쇄입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자국 및 제3국 중심 시장을 대상으로 하기에 이러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규제를 피하는 법: ‘이중 배터리 기술’
중국 브랜드는 단순히 무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이중 배터리 기술이라는 절묘한 우회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원플러스는 하나의 큰 배터리를 두 개의 작은 셀로 나누어 각각 20Wh 미만으로 유지하되, 합산 시 총용량이 6,000mAh 이상이 되도록 설계합니다. 이는 규제를 피해 가면서도 자율성을 확보하는 ‘합법적 트릭’입니다.
삼성과 애플 역시 이중 셀 구조를 일부 기기에서 도입하고 있으나, 여전히 고급 모델 위주로 제한되고 있습니다.
기술은 준비됐지만, 법이 발목을 잡는다
이 문제는 단순히 기업의 선택이 아닌, 구조적 문제입니다. 기술은 충분히 발전했지만, 법은 여전히 과거의 위험 프레임에 갇혀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배터리 자율성은 결국 ‘법의 자율성’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리콘-탄소 배터리든, 이중 배터리든, ‘더 오래가는 스마트폰’은 현실이 되기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규제의 시대에선 정작 상용화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Battery Technology & Regulation Impact
마무리: 자율성 격차는 기술 격차가 아니다
이 글을 통해 명확해진 점은 하나입니다. 중국이 무조건 앞선 것도, 애플·삼성이 뒤처진 것도 아닙니다. 시장과 규제, 운송 환경, 법률, 안전 프레임의 총체적 결과일 뿐이죠.
소비자는 그 이면의 사정을 알기 어렵기에 종종 단순 비교를 하곤 하지만, 진짜 격차는 기술이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공간'에서 생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