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특허 환경은 2025년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이 발명 과정에 참여하는 시대, 그리고 국경을 초월하는 인터넷 서비스가 보편화된 시대에 특허 제도가 어떻게 대응할지, 일본 특허청(JPO)과 법원의 판단은 전 세계 지식재산 전문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AI 발명자 인정 여부, 특허의 역외효(Extraterritoriality), 그리고 JPO의 심사 품질·속도 개선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AI 발명자 인정 논란 – “발명자는 인간인가, AI도 가능한가?”
2025년 1월, 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IP High Court)는 AI 자체는 특허법상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의 핵심은 현행 일본 특허법 제29조와 제35조의 체계상 발명자는 법적 권리를 보유할 수 있는 자연인(인간)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문제의 발단은 AI 시스템 ‘DABUS’가 발명자로 기재된 국제출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출원인은 “AI가 독자적으로 발명을 창출했으므로 인간 발명자 명시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JPO와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판결은 동시에 “AI 발명자 인정 문제는 단순히 법 해석을 넘어 산업 정책적·국제 조화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JPO는 2025년부터 ‘AI 보조 발명의 발명자 인정 범위’를 집중 논의하고 있으며, 특히 다음과 같은 쟁점을 다룹니다.
- 인간이 개입했지만 창의적 기여가 불분명한 경우, 발명자를 누구로 볼 것인가?
- AI 개발자나 데이터 제공자에게 발명자 지위를 줄 수 있는가?
- AI 산출물이 특허법상 ‘발명’ 요건을 충족하는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이 논의는 단순한 법률 해석이 아니라, AI 개발 인센티브와 국가 산업 경쟁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사안입니다.
2. 특허의 역외효 – 일본 대법원, “해외 서버도 일본 내 침해로 볼 수 있다”
2025년 3월, 일본 대법원은 특허의 역외 적용과 관련된 중대한 판례를 내렸습니다.
사례는 미국 서버를 활용해 일본 사용자에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 FC2 사건입니다. 핵심 쟁점은 “해외 서버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시스템이 일본 내에서 특허 침해로 볼 수 있는가?”였습니다.
대법원은 “해외 서버의 위치만으로 침해가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다음을 고려해 판단했습니다.
- 발명의 효과가 일본에서 실현되는가?
- 그로 인해 일본 내 경제적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가?
이로써, 해외에서 시스템 일부를 운영하더라도 일본 내에서 서비스 결과가 구현된다면 일본 특허 침해로 인정될 수 있음이 명확해졌습니다. 다만 아직 남은 쟁점도 있습니다.
- 효과와 경제적 영향 모두 일본에서 실현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어느 하나만으로도 충분한가?
- 최소한 하나의 발명 구성요소가 일본에서 실시되어야 하는가?
JPO 자문위원회는 현재 ‘효과와 경제적 영향이 모두 일본에서 실현되어야 한다’는 엄격한 해석을 선호하고 있으며, 향후 업계와 학계 논의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3. JPO의 심사 혁신 – 빠르고 친절한 특허 심사
일본 특허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특허 심사를 목표로 꾸준히 개혁을 진행해 왔습니다.
- 1차 심사 결과 통지 평균 소요: 9.4개월 (2024년 기준)
- 전체 심사 완료 평균 소요: 13.8개월
2025년 목표는 이를 더 단축해, 1차 심사(First Action)는 평균 8.5~10.5개월, 전체 심사(Total Pendency)는 평균 13~15개월로 맞추는 것입니다. 이는 벤처 투자 시점과 특허 확보 시점을 정교하게 맞추고, PPH(특허심사하이웨이)를 통한 해외 특허 가속화에도 큰 이점을 줍니다.
또한 JPO는 심사관 인터뷰의 품질을 크게 개선했습니다. 사용자 만족도가 2023년 65.5%에서 2024년 78.1%로 급등했으며, 이는 ‘정중한 소통’과 ‘사전 의견 개시 확대’ 덕분으로 평가됩니다.
4. 새로운 제도적 흐름 – 보안특허·외국어 출원 논의
- 보안특허 제도(2024.5 시행)
국가 안보와 관련된 발명은 비공개 지정 및 해외 출원 금지가 가능해졌습니다. 현재까지 90건이 검토되었지만, 실제 지정 사례는 없었습니다. - 외국어 출원 제도 논의
일본을 글로벌 혁신 허브로 만들기 위해, 영어 등 외국어 출원을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 중입니다. 다만 일본 중소기업들은 모니터링 비용 증가를 우려하고 있어 이해관계 조율이 과제입니다.
5. 전망과 시사점
- AI 발명자 문제는 단순히 ‘인간 vs AI’ 구도가 아니라, AI 개발자·데이터 제공자의 권리 배분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 역외효 판례는 해외 기업들에게도 일본 시장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일본 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해외 서버 운영이라도 특허 리스크를 피할 수 없습니다.
- 빠르고 질 높은 심사는 일본 특허 시스템을 ‘글로벌 특허 전략의 거점’으로 만드는 핵심 요인입니다.
결국 일본은 산업 정책과 법제 개혁을 결합해 AI·디지털 시대 특허 체제를 재편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에도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