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말, 세계 무역 질서에 새로운 충격이 찾아왔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으로 인해 기존에 존재하던 “디 미니미스(De Minimis)” 면세 기준이 폐지되면서, 유럽 각국의 주요 우편 서비스가 미국으로의 상품 배송을 중단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동안 미국은 800달러 이하의 해외 직구 상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습니다. 이 제도 덕분에 유럽의 소상공인이나 장인들이 제작한 공예품, 패션, 식품 등이 비교적 저렴하게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죠. 그러나 오는 8월 29일부로 이 혜택이 사라지게 되면서 상황은 급격히 바뀌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의 목적을 국가 안보 강화와 불법 마약(특히 펜타닐) 유입 차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면세 기준 폐지 정책은 이미 중국과 홍콩에 적용되고 있었고, 이를 전 세계 모든 국가로 확대한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무역 장벽 강화와 관세 수익 증대라는 또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과의 통상 협상에서 15% 관세율을 합의한 직후 이런 조치가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럽 우편 서비스의 대응
가장 먼저 움직인 국가는 독일입니다. 도이체 포스트(Deutsche Post)와 DHL 파셀 독일(DHL Parcel Germany)은 8월 22일부터 미국행 상품 배송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이어서 이탈리아의 포스테 이탈리아네(Poste Italiane)도 8월 23일부터 배송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덴마크, 스웨덴 역시 같은 조치를 취했으며, 프랑스, 오스트리아, 영국 등도 8월 마지막 주에 배송 중단에 들어갑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미국 관세청(CBP)이 요구하는 데이터 전송 방식, 관세 징수 절차가 불투명하다”며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8월 15일에야 세부 지침을 발표했는데, 우편사 입장에서는 불과 2주 만에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새로운 관세 체계
이번에 제시된 미국 관세청의 지침을 보면, 국가별 관세율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부과됩니다.
- 관세율 16% 미만 국가: 1개 품목당 80달러
- 관세율 16~25% 국가: 1개 품목당 160달러
- 관세율 25% 초과 국가: 1개 품목당 200달러
유럽연합은 미국과 체결한 무역 협정에 따라 평균 15% 관세율을 적용받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50유로짜리 가죽 지갑을 미국 고객에게 판매하던 유럽 장인은 이제 80달러의 추가 비용을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당연히 가격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도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
문제는 대기업보다 중소 규모 판매자와 장인들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유럽 각지에서 에츠시(Etsy)나 개인 쇼핑몰을 통해 미국으로 물건을 판매하던 이들은 이제 사실상 미국 시장을 잃게 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작은 도자기 공방이나 덴마크의 수공예 장난감 제작자가 미국 고객을 상대로 사업을 이어가기란 어려워졌습니다.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도 상황은 달갑지 않습니다. 그동안 손쉽게 직구하던 유럽산 고급 치즈, 패션 액세서리, 전자제품 액세서리 등이 이제 관세 폭탄을 맞으면서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치솟을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결국 양측 모두 손해를 보는 결과를 낳습니다.
정치·경제적 파장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관세 문제를 넘어, 미국 내 정치적 메시지와도 연결됩니다. “강력한 미국 보호무역주의”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자국 제조업 보호와 마약 퇴치라는 명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제 무역 질서 측면에서는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합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통해 일부 관세율을 낮추는 합의를 했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사실상 유럽-미국 간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의 충돌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결론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단순히 우편 서비스 중단에 그치지 않습니다. 유럽 소상공인의 생계, 미국 소비자의 구매 패턴, 그리고 국제 무역 질서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사례는 해외 시장 의존도가 높은 수출 기업들이 얼마나 정책 변화에 민감한지 보여주는 경고 신호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기업들도 미국 수출 시 규제 강화에 대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합니다. 기술력과 품질로 무장한 자립적 경쟁력만이 불확실한 국제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