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게 150톤, 가격은 보잉777 여객기 한 대와 정확히 맞먹습니다. 이 거대한 기계 하나에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이 나란히 회사의 미래를 걸었습니다.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 ASML이 만드는 차세대 노광장비 '하이-NA EUV'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9월 8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TSMC가 이 장비를 양산 라인에 정식으로 도입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인텔은 이미 올해부터 실제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당 4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400억 원에 달하는 이 거대한 장비가 왜 이렇게까지 중요한지, 세 회사가 각각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3줄로 정확하고 간결하게 정리하는 핵심 요약
1. 삼성전자는 2028년부터 D램 생산에, TSMC는 2030년부터 첨단 로직 반도체 양산에 ASML의 하이-NA EUV 장비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인텔은 이미 올해부터 18A 공정 일부 레이어에 이 장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2. 하이-NA EUV 장비는 대당 약 4억 달러(약 5,400억 원)로, 기존 표준 EUV 장비(약 2억 달러)보다 두 배 이상 비싼 세계에서 가장 비싼 반도체 제조 장비입니다.
3. 세 회사는 기존 6인치 포토마스크를 12인치로 전환하는 방안에도 협력하기로 했는데, 이를 통해 생산성을 최대 4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미세화 경쟁의 진짜 승부는 결국 이런 장비 하나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능숙하게 잘 다루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보잉777 한 대 값,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비쌀까
하이-NA EUV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독점 생산하는 차세대 극자외선 노광장비입니다. 기존에 반도체 업계가 널리 써온 표준 EUV 장비의 후속 기술로, 빛의 개구수(NA)를 더 높여 훨씬 넓은 각도에서 빛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덕분에 웨이퍼 위에 훨씬 더 미세하고 복잡한 회로 패턴을 새길 수 있게 됩니다. 기존 EUV 장비로는 같은 회로를 그리기 위해 여러 차례 노광을 반복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하이-NA EUV는 이런 공정 단계를 줄여 반도체 미세화와 생산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역시 가격입니다. 장비 한 대 가격이 최대 4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400억 원에 달해 아무리 기술적 우위가 있어도 실제 도입까지는 상당한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실제로 TSMC는 그동안 생산성 향상 폭이 비용 상승분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며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습니다. ASML은 지난 2019년 상대적으로 단순한 로우-NA 방식의 표준 EUV 장비를 먼저 선보인 뒤, 이후 고객사들과 함께 훨씬 복잡한 하이-NA 시스템을 오랜 시간에 걸쳐 개발해왔습니다. 당시 삼성전자와 TSMC는 표준 EUV 장비를 가장 먼저 도입한 회사들이었는데, 이번에도 두 회사가 나란히 차세대 장비 도입에 나서면서 ASML과의 오랜 협력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입니다.
숫자로 자세히 하나씩 살펴보는 세 회사의 도입 시점
| 기업 | 하이-NA EUV 도입 계획 |
|---|---|
| 인텔 | 2024년 장비 도입, 올해 18A 공정 일부 적용 중 |
| 삼성전자 | 2028년부터 D램 양산 적용(메모리 업계 최초) |
| TSMC | 2030년부터 첨단 로직 반도체 대량생산 적용 |
※ 아주경제·이데일리·디지털포커스(2026년 9월) 및 CNBC·블룸버그 보도 종합.
표에서 보듯, 세 회사의 도입 시점과 전략이 조금씩 다릅니다. 인텔은 상대적으로 이 기술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었습니다. 이전 세대 EUV 기술 전환이 늦었던 탓에 일부 CPU 제품의 수율 문제와 출시 지연을 겪었던 인텔은, 이번에는 먼저 움직여 2024년에 장비를 인도받았고 올해부터 18A 공정의 일부 레이어에 실제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 최초로 2028년부터 D램 생산에 이 장비를 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정영현 삼성전자 부사장 겸 최고경영자는 "AI 시대가 반도체 산업을 전환시키고 있으며, 이는 가치사슬 전반에서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TSMC는 세 회사 가운데 가장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지만, 결국 2030년부터 첨단 공정 대량생산에 이 장비를 투입하기로 방침을 바꿨습니다. 이번 결정은 TSMC 매출의 약 16%가 ASML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ASML에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TSMC는 하이-NA EUV 도입과 함께 기존 6인치 포토마스크를 12인치로 넓히는 작업도 병행할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웨이퍼 면적이 늘어나 생산성이 최대 40%까지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정확히 왜 이 경쟁에서 완전히 빠져 있을까
현재 최첨단 로직 반도체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자금력을 동시에 갖춘 곳은 TSMC와 삼성전자, 인텔 세 곳뿐입니다. 중국의 SMIC 같은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과 네덜란드의 수출 통제로 ASML의 첨단 장비 구매 자체가 막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 내에서 ASML에 대응할 수 있는 독자적인 노광장비 기술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최근 서방의 수출 통제를 우회하기 위해 극자외선 방식이 아닌 심자외선(DUV) 기술을 활용해 독자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편 일본의 라피더스라는 기업 역시 ASML의 EUV 장비를 활용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초기 단계에서는 TSMC나 삼성전자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세 회사의 동시 도입 발표는 하이-NA EUV라는 기술이 너무 비싸거나 복잡해서 업계 전반에 널리 확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그동안의 우려를 상당 부분 잠재우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실제로 이 소식이 전해진 뒤 ASML 주가는 장 초반 3% 넘게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ASML에 79억 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주문을 넣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지면서, ASML을 둘러싼 반도체 장비 투자 붐이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 업계 전반으로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ASML은 이런 흐름에 힘입어 2030년까지 연간 매출 목표를 440억에서 600억 유로 수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하이-NA EUV라는 단일 제품군이 앞으로 회사 성장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세 가지를 아래에 정리
Q. 하이-NA EUV와 기존 EUV는 정확히 어느 부분이 다른가요?
하이-NA EUV는 기존 표준 EUV보다 빛을 모으는 개구수(NA)를 높여, 더 넓은 각도에서 빛을 모을 수 있는 차세대 장비입니다. 이 덕분에 더 미세하고 복잡한 회로 패턴을 한 번에 새길 수 있어, 여러 차례 나눠 노광해야 했던 일부 공정을 줄일 수 있습니다.
Q. 삼성전자가 TSMC보다 훨씬 더 먼저 도입하는 정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특히 D램 생산에 이 장비를 먼저 적용할 계획입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메모리 업계 최초로 하이-NA EUV를 도입해 기술 우위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Q. 12인치 포토마스크로의 전환은 정확히 언제쯤 이뤄지게 되나요?
보도에 따르면 2031년에 12인치 포토마스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2033년까지 첨단 공정 양산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완성도를 높인다는 목표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아직 계획 단계이며, 실제 일정은 기술 개발 진척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론 — 반도체 장비 하나가 완전히 뒤바꾼 패권 지도
이번 세 회사의 동시 도입 결정은 단순한 장비 구매 소식을 넘어서, AI 시대 반도체 경쟁의 판도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설계 기술을 갖췄더라도, 그것을 실제로 웨이퍼 위에 구현할 장비가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대당 5,400억 원짜리 장비를 세 회사가 나란히 도입하기로 한 것은, 이 정도의 투자 없이는 앞으로의 AI 반도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업계 전반의 위기감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이는 첨단 반도체 제조가 이제 극소수의 기업만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으로 좁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이 각자의 시간표대로 이 기술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양산에 안착시킬지, 그리고 그 결과가 앞으로의 반도체 패권 지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계속 지켜볼 대목입니다. 특히 이번 결정으로 반도체 장비 산업에서 ASML이 갖는 독점적 지위는 한동안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이 전 세계에서 ASML 하나뿐인 상황에서, 최상위 반도체 기업들이 앞다퉈 차세대 장비 도입을 서두르는 모습은 반도체 공급망 전체가 얼마나 소수의 핵심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때로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히려 세상에서 가장 크고 비싼 기계가 필요한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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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내용은 아주경제·이데일리·디지털포커스 등 국내 매체 및 CNBC·블룸버그 등의 2026년 9월 상세 보도를 종합한 것이며, 세부 도입 일정과 정확한 계획은 각 기업의 추가 발표에 따라 얼마든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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