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 글래스 시장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임계점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 시장은 메타, 로키드, 레이네오, 엑스리얼 같은 전문 기업들이 기술 실험과 시장 개척을 주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분명히 다릅니다. 애플과 삼성전자라는 글로벌 정보기술 최상위 기업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이 시장은 단순한 신기술 영역을 넘어 차세대 플랫폼 주도권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핵심에는 단말 제조사만이 아니라, 그 뒤를 떠받치는 광학 부품 공급망, 특히 대만 광학 업체들이 있습니다.

AR 글래스 시장, 왜 지금인가
스마트폰 이후의 플랫폼을 두고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들은 오랜 시간 탐색을 이어왔습니다. 그중 증강현실 글래스는 손을 쓰지 않고도 정보를 받아들이는 인터페이스라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차세대 기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술 성숙도였습니다. 무게, 배터리, 발열, 해상도, 그리고 무엇보다 광학계 완성도가 관건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이 요소들이 동시에 개선되면서, 대형 기업들이 장기 로드맵을 본격 가동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습니다.
특히 애플은 공간 컴퓨팅 전략의 연장선에서,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생태계 확장의 핵심 디바이스로 증강현실 글래스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목표는 동일합니다. 일상 속 주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광학 기술이 승부를 가른다
증강현실 글래스의 핵심 부품은 단연 광학 모듈입니다. 단순한 렌즈가 아니라, 웨이브가이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초정밀 코팅 기술이 결합된 고난도 영역입니다. 이 분야는 단기간에 내재화하기 어렵고, 축적된 제조 경험이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이 지점에서 대만 광학 업체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켄코옵티컬을 포함한 다수의 대만 기업들은 카메라 렌즈, 산업용 광학, 웨어러블 부품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왔고, 이미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들과의 협력 이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장기 레이스를 전제로 움직인다는 점은, 곧 공급망을 단기 계약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십 구조로 재편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10년 경쟁, 단말이 아니라 생태계 전쟁
이번 경쟁을 단순히 새로운 제품 출시로 해석하면 본질을 놓치게 됩니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준비하는 것은 한두 세대의 제품이 아니라,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플랫폼 경쟁입니다.
운영체제, 응용 프로그램, 인공지능 연동, 그리고 사용자 데이터 흐름까지 포함한 생태계 전체가 증강현실 글래스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과정에서 광학 부품의 성능과 안정성은 초기 사용자 경험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됩니다.
즉, 대만 광학 업체들은 단순 하청 공급자가 아니라, 이 생태계 경쟁의 보이지 않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 산업에 주는 시사점
이 흐름은 한국 산업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 쌓아온 경쟁력을 기반으로, 광학·센서·소재 영역까지 연계하지 못한다면 차세대 플랫폼 경쟁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증강현실 글래스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단말 판매를 넘어 국내 기술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시장은 단말 경쟁이 아니라 국가 단위 기술 축적 경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무리
증강현실 글래스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그러나 애플과 삼성전자가 동시에 진입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시장이 단기간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점은 분명해졌습니다.
앞으로 10년, 누가 더 가볍고 선명하며 오래 가는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해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 바로 광학 기술과 공급망 전략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