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PT-5의 등장과 주목받는 의료 상담 기능
2025년 8월, 오픈AI(OpenAI)는 차세대 인공지능 모델 GPT-5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번 세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의료 상담 보조 기능의 대폭 강화입니다. 특히 이번 발표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를 넘어, 인공지능이 의료 영역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이 특징입니다.
영상 발표에는 오픈AI CEO 샘 알트먼(Sam Altman)과 ‘Carolina’라는 암 환자가 등장했습니다. Carolina는 자신의 치료 과정에서 GPT-5를 활용한 경험을 공유하며, 초기 검사 해석부터 치료 방향 결정을 위한 정보 수집까지 AI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인공지능이 ‘의사 흉내’를 내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2. 논란의 핵심 – 의사 대체 vs. 보조 도구
GPT-5의 의료 상담 기능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왔습니다. 기대되는 부분은 명확합니다. 환자들이 의료 용어와 검사 결과를 더 쉽게 이해하고, 병원에서 의사에게 더 정확한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가 의사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합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다음과 같은 문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 최신 의학 정보 반영 지연: AI 모델은 훈련 데이터 이후의 최신 연구 결과나 치료 지침을 즉시 반영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 케이스별 변동성: 동일한 병명이라도 환자 개개인의 건강 상태, 병력, 생활 습관에 따라 치료 방법은 크게 달라집니다.
- 오진 가능성: AI의 답변이 설득력 있어 보여도 실제로는 잘못된 정보일 수 있으며, 환자가 이를 맹신할 경우 치료 지연이나 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픈AI는 공식 입장에서 “GPT-5는 의료 전문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지식 동반자(companion)”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번 발표 영상에서는 이러한 주의 문구가 충분히 강조되지 않아, ‘마치 AI가 의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줬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3. 무료와 유료의 차이 – GPT-5 Pro의 ‘깊은 추론’ 기능
GPT-5는 무료 사용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됐습니다. 하지만 유료 요금제에서는 ‘Deep Reasoning(깊은 추론)’ 기능이 탑재된 GPT-5 Pro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은 복잡한 의료 데이터 해석, 장기적인 치료 계획 제안, 다단계 추론 등 고난이도 작업에서 차별화된 성능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GPT-5 Pro는 환자가 제공한 혈액검사·MRI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가능성 있는 질병 가설을 세우고, 각각의 진단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정보 참고용’에 불과하며, 최종 진단과 처방은 반드시 의사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4. 구형 모델의 퇴장과 AI 의료 시장의 변화
오픈AI는 GPT-5의 출시와 함께 GPT-3.5 등 구형 모델을 순차적으로 서비스에서 제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의료·법률·금융 등 전문 영역에서 GPT-5의 안정성과 활용도를 집중적으로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번 변화는 글로벌 AI 의료 시장에도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는 AI를 활용한 진단 보조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의료 스타트업들이 AI 기반 진단 앱과 원격 상담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5. 한국에서의 AI 의료 상담 가능성
한국은 의료 데이터 보안 규제가 엄격하고, 원격 진료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AI 의료 상담이 본격 도입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GPT-5 같은 모델이 의료 정보 해석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된다면, 환자의 이해도를 높이고 진료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의사-환자-인공지능 간 역할과 책임 구분, 오진 시 법적 책임 소재, 개인정보 보호 체계 확립 등 선결 과제가 많습니다. 특히 의료 분야는 ‘실험적인 기술 적용’보다 ‘안전성 확보’가 우선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6. 결론 – ‘의사 흉내’는 어디까지 허용될까?
GPT-5의 의료 상담 기능은 혁신적인 동시에 위험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AI가 의료 지식을 보급하고 환자에게 맞춤형 정보 제공을 돕는 건 분명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의사의 대체재’로 보는 순간,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AI 의료 상담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환자·의사·AI가 각자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 협력하는 구조가 자리 잡아야 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의료 활용은 결코 멈출 수 없는 흐름이지만, 그 방향은 안전과 책임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