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운 규제의 등장: TTPA란 무엇인가?
2025년 10월 10일부터, 유럽연합(EU)은 ‘정치광고의 투명성과 타게팅에 관한 규정(TTPA)’을 공식 시행합니다. 이 법은 단순한 규제가 아닙니다. 온라인 정치광고의 후원자 공개, 광고 대상 명시, 비용 투명성까지 요구하며, EU 내 선거 개입 방지와 허위정보 차단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제 온라인 플랫폼들은 광고가 어떤 선거를 겨냥하는지, 누가 돈을 냈는지, 얼마나 썼는지를 공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6%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게 됩니다.
예시: Meta의 2023년 매출 1,349억 달러 기준, 최대 벌금은 80억 달러(약 10조 원) 수준입니다.
2. Meta의 대응: “아예 안 한다”
이에 Meta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한 정치·사회 이슈 광고 전체를 유럽에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중단 시점은 2025년 10월 초, 법 시행 직전입니다.
Meta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습니다:
- 운영상 복잡성 증가: 광고 내용, 후원자, 대상까지 모든 요소를 자동·수동 검수해야 함
- 법적 불확실성: 애매한 조항 해석에 따른 예기치 못한 벌금 리스크
- 공익성 약화 우려: 정치 광고가 제한되면 유권자가 중요한 캠페인 정보에 접근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
3. Google도, TikTok도… 빅테크의 공동 후퇴
Meta의 이번 결정은 구글의 선제적 철수와 맥을 같이합니다. 구글은 이미 2023년 11월, 동일 규제 도입에 앞서 EU 전역에서 정치광고를 중단했습니다.
- TikTok 역시 루마니아 대선 중 허위정보 유포 혐의로 EU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 EU는 디지털서비스법(DSA)까지 동원해, 허위정보 제거 의무를 모든 대형 플랫폼에 부과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EU 내 정치광고 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줄줄이 빠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4. 누가 피해를 보나? 시민인가, 정당인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정당, NGO, 시민단체 등 캠페인에 정밀 타게팅 광고를 활용하던 주체들입니다.
- 소규모 후보나 단체는 전통 매체보다 SNS 광고에 의존하던 경향이 높습니다.
- 광고 중단은 정보 전달력 약화, 신규 정당 불리, 정치 참여 격차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Meta는 이를 두고 “시민이 유의미한 정치 정보를 접할 권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5. EU의 메시지: “기준 없는 자유는 없다”
유럽연합은 왜 이런 강수를 뒀을까요? 이유는 명확합니다.
- 2024년 유럽의회 선거 직전, 허위정보와 외국 개입이 SNS에서 급증
- Facebook과 Instagram은 관련 허위광고 방치 혐의로 조사 중
- TikTok은 루마니아 대선 개입 혐의로 조사 대상
유럽은 플랫폼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디지털 플랫폼 운영 규범에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맺음말
2025년 10월은 유럽 디지털 광고사의 한 획을 긋는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정치와 SNS의 연결고리는 점차 느슨해지고, 플랫폼은 중립성의 갑옷을 입으려 합니다. 그러나 정보 비대칭, 민주주의 플랫폼의 기능 상실이라는 또 다른 그림자도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누가 정보를 전달하고, 누가 진실을 규명할 것인가?
유럽의 선택은 전 세계 인터넷의 미래를 가를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