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동차 산업, 반짝 회복 뒤 깊은 추락
러시아 자동차 산업은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69%, 48%라는 놀라운 회복세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 반등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25년 들어 산업 전반은 다시 추락하며, 단순한 경기순환적 위기라기보다는 구조적 붕괴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2025년 7월 신규 차량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 감소한 12만 1천 대에 불과했고, 1~7월 누적 판매량은 무려 24% 하락했습니다. 업계 전반의 연간 전망도 –20%대 위축으로 암울합니다.
생산 측면에서도 심각합니다. 러시아의 자동차 생산 능력은 연간 300만 대에 달하지만, 2025년 실제 생산량은 60만 대 수준으로, 가동률이 고작 20%에 불과할 전망입니다.
러시아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
코카서스대학의 바흐탕 파르츠바니아 교수는 이번 사태를 “일시적 위기가 아닌 구조적 위기”라고 진단합니다.
그가 지적한 핵심 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기술 단순화: 고도화된 설계·생산 능력이 상실되고 있음
- 다양성 부족: 소비자 선택 폭이 급격히 줄어듦
- 수출 잠재력 상실: 글로벌 시장 진입 통로가 차단됨
- 자립성 부족: 중국 공급망 없이는 산업이 유지될 수 없음
대표적인 국산차 모델인 라다 그란타(Lada Granta)조차 국산화율이 46%에 불과합니다. 2024년 전체 평균 국산화율은 33%로, 사실상 외부 의존형 산업 구조에 갇힌 것입니다.
중국 자동차의 압도적 지배력
러시아 시장은 이미 중국 브랜드 천하가 되었습니다.
- 2024년 기준: 신차 판매의 60%, 수입차의 77%가 중국 브랜드
- 2025년 말 예상: 90% 이상 점유율 도달
문제는 중국 기업들이 현지화된 생산이 아니라, 완성차 수입 혹은 단순 조립(노크다운 키트) 방식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러시아에 남는 가치는 낮으며, 첨단 기술은 철저히 차단된 채 저부가가치 조립 시장으로만 고착되고 있습니다.
“중국산 부품과 차량 없이는 러시아 자동차 생산량조차 유지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이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금융 위기와 재고 악순환
산업 위기는 금융권에도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 자동차 대출 연체액: 320억 루블(약 3억 8,700만 달러), 전년 대비 85% 증가
- 90일 이상 연체 비율: 4% 돌파
- 신규 자동차 대출 발급: 절반 수준으로 감소
- 딜러 창고 재고: 50만 대 이상, 대부분 중국차
이로 인해 할인 경쟁이 심화되면서 러시아 대표 기업 아브토바즈(AvtoVAZ)는 생산 계획을 대폭 축소하고 정부에 긴급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까지 몰렸습니다.
세계 자동차 산업과의 단절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자율주행·AI 기반의 혁신으로 나아가는 동안, 러시아는 거꾸로 퇴행하고 있습니다.
- 유럽·미국·일본·한국 기업과의 합작 플랫폼 전면 중단
- 서방의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 취소
- 전기차, 첨단 센서, AI 기반 기술 협력 단절
- 모델 다양성 축소 → 소비자 선택권 대폭 축소
그 결과,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저기술·내수 한정 산업으로 전락했습니다. 한때 세계 시장을 노렸던 러시아 자동차 산업이 이제는 중국의 하청 시장으로 변한 것입니다.
중국 종속형 구조의 위험성
러시아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위험은 바로 중국 종속성입니다.
- 중국산 부품 공급 중단 시 → 러시아 생산 자체가 마비
- 첨단 기술 부재 → 장기적 산업 발전 불가능
- 가격 경쟁 심화 → 러시아 토종 기업 고사
즉, 산업의 외형은 유지되더라도 기술·경제적 자립성은 사실상 붕괴한 상태입니다. 이는 단순한 산업 위기를 넘어, 국가 경제 기반이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론: 회복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빠른 시일 내 반전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경고합니다. 러시아 자동차 산업은 이제 구조적 붕괴 단계에 진입했으며, 중국이라는 단일 공급망에 종속된 상태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혁신을 향해 질주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오히려 기술적 고립과 산업 단순화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산업 자립성 상실이라는 더 큰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