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결말 스포일러 없음)
2009년에 개봉한 "업(Up)"은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깊은 감동과 독창적인 상상력을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조용한 노년을 보내는 칼 프레드릭슨의 과거 회상으로, 그의 어린 시절 우상인 탐험가 찰스 먼츠, 그리고 평생 동반자였던 아내 엘리와 함께했던 추억이 짧은 몽타주로 펼쳐집니다. 인생의 동반자를 잃고 깊은 슬픔에 잠긴 칼은, 아내와 함께 이루지 못한 꿈인 ‘남미 파라다이스 폭포로의 모험’을 혼자서라도 해내기로 결심합니다.
마을 재개발 때문에 집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놓이자, 칼은 집에 수천 개의 풍선을 달아 날아오르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런데 우연찮게 이 비행 모험에 따라오게 된 불청객이 있으니, 열 살 난 보이스카우트 소년 러셀이 그 주인공입니다. 러셀은 ‘실버 탐험 배지’를 받기 위해 노인 돕기 미션을 수행하던 중 칼의 집에 탑승(?)하게 되고, 예상치 못한 노인과 소년의 동행이 시작됩니다.
하늘을 나는 집과 함께 남미의 오지에 가까스로 도착한 칼과 러셀은, 그곳에서 신비한 새 케빈, 그리고 우연히 만나는 개 덕(Dug)과 함께 대자연에서 갖가지 모험을 겪습니다. 칼이 꿈꾸던 파라다이스 폭포는 실제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그곳에서 다시 마주치는 인물들이 누구이며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는 영화의 후반부에서 전개되는 주요 스토리입니다. 결말에 이르러, 칼이 집과 추억, 그리고 현재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는지를 직접 확인하시길 추천합니다.
등장인물: 상실을 품은 노인과 열정 가득 소년, 그리고 뜻밖의 친구들
칼 프레드릭슨 (Carl Fredricksen)
나이든 풍선 장수 출신으로, 아내 엘리와의 약속이자 평생 꿈이었던 남미 탐험을 떠나기로 합니다. 무뚝뚝하고 불친절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사랑과 추억으로 가득 찬 내면이 있습니다. 고집과 의지로 하늘을 날아가려는 모습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자 하는 노년의 간절함을 대변하며, 소년 러셀과의 동행을 통해 새로운 인연과 삶의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러셀 (Russell)
열 살 난 보이스카우트로, 자연 탐험에 대한 배지를 모으기 위해 노인 돕기 임무를 수행하다 칼의 집에 강제로 함께 탑승(?)하게 됩니다. 순수하고 말이 많은 성격으로, 콧대 높은 칼을 처음엔 곤란하게 하지만, 그의 긍정 에너지가 칼이 마음을 열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린 시절 특유의 밝음이 칼의 고독함과 대비되며 영화에 활기를 더해줍니다.
덕 (Dug)
남미 오지에서 만난 말하는 개로, 특수 칼라를 착용해 인간의 언어를 구사합니다. 발랄하고 충성심이 높으나 다소 어리숙한 면도 있어, 칼과 러셀의 모험에 코믹함을 보탭니다. 낯선 사람이든 누구든 금세 마음을 여는 순수함으로, 모험 팀을 한층 더 끈끈하게 만들어줍니다.
케빈 (Kevin)
러셀이 붙인 이름이며, 남미 정글에 살던 호기심 많은 거대한 새입니다. 호기심과 장난기가 많고, 러셀과 놀라운 우정을 쌓게 됩니다. 이 캐릭터는 영화에서 ‘드문 생명체’로 언급되며, 클라이맥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찰스 먼츠 (Charles Muntz)
칼이 어린 시절 동경하던 전설의 탐험가이자, 남미에서 미지의 생물을 찾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인물입니다. 칼과 러셀이 펼치는 모험에 영향을 주는 핵심적 존재이면서, 영화 후반부 갈등에서 중요한 축을 맡습니다.
총평: 동심과 상실, 그리고 새로운 만남이 엮어낸 감동과 웃음
“업(Up)”은 픽사의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가장 성숙한 정서를 품은 작품 중 하나로, 초기 장면에서 펼쳐지는 칼과 엘리의 인생 요약은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아름답고 슬픈 몽타주로 꼽힙니다. 나이를 잃고 꿈을 잃은 노인 칼의 하늘 여행은, 어린 소년과의 우연한 동행과 여러 동물 친구들의 도움을 통해 새로운 삶의 의미를 되찾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하늘을 나는 집이라는 판타지 설정, 그리고 남미 정글에서 벌어지는 코믹 어드벤처는 가족용 영화로서의 즐거운 면모를 살리지만, 사실 그 안에는 잃어버린 꿈과 가족, 상실, 다시 시작하는 용기 같은 주제가 담담하게 녹아 있습니다. 노년의 고독과 어린이의 순수함이 만나는 로드무비 형식이 관객에게 신선하고 진솔한 감동을 줍니다.
이 작품은 201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비롯해 여러 부문 후보에 올랐고,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Married Life”라는 주제 음악 등 뛰어난 OST와, 칼과 러셀의 케미, 그리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한데 어우러져,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폭넓은 층이 즐길 수 있는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