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사장 출신 숀 한을 영입해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대에 본격 나섰다. TSMC 독주 체제에 도전하는 인텔의 전략과 파운드리 시장 판도 변화를 분석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파운드리'란 다른 회사가 설계한 반도체 칩을 대신 생산해주는 사업을 말한다. 쉽게 말해 반도체 공장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애플이 아이폰 칩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외부 공장에 맡기는 것처럼, 많은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들이 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위탁한다. 현재 이 시장은 TSMC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삼성이 그 뒤를 잇는 구도다.
인텔은 오랫동안 자사 칩만 직접 생산해온 회사였지만, CEO 립-부 탄(Lip-Bu Tan) 취임 이후 외부 고객을 위한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삼성 파운드리 출신 고위 임원을 직접 데려온 것은 그 전략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강한 신호로 읽힌다.
숀 한은 누구인가
이번 영입의 핵심 인물인 숀 한은 삼성전자에서 10년 이상 파운드리 사업을 이끌어온 베테랑이다. 삼성 파운드리 부사장 직책을 맡았으며, 외부 고객사와의 협력 및 수주 영업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인텔 파운드리 부문 총괄인 나자 찬드라세카란은 이번 영입에 대해 "숀은 삼성 파운드리에서의 근무를 통해 상업적 파운드리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리더십 경험을 쌓았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니라, 인텔이 삼성의 파운드리 영업 노하우 자체를 흡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파운드리 시장, 지금 어디쯤 와 있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구도를 한눈에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애플, 엔비디아, AMD, 퀄컴 등 세계 최고의 팹리스 기업 대부분이 TSMC에 의존한다. 삼성은 2위지만 점유율 격차가 상당하고, 수율(정상 제품 비율) 문제로 고객 이탈을 겪기도 했다. 인텔은 이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후발주자다.
수율이란 생산된 칩 중 실제로 정상 작동하는 비율을 뜻한다. 수율이 낮으면 같은 양의 웨이퍼를 써도 쓸 수 있는 칩이 줄어들어 단가가 올라간다. 이는 곧 고객사의 원가 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삼성이 일부 첨단 공정에서 수율 문제를 겪으면서 고객들의 신뢰를 잃은 것이 점유율 정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인텔이 단순한 후발주자로 보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인텔은 세계에서 가장 고도화된 반도체 제조 시설을 미국 오하이오, 애리조나, 그리고 유럽 아일랜드와 독일에 직접 보유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 정책인 CHIPS and Science Act(반도체법)와 맞물려, 인텔 파운드리는 '미국산 첨단 반도체'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의식해 TSMC 의존도를 줄이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인텔에게는 기회다.
| 구분 | TSMC | 삼성 파운드리 | 인텔 파운드리 |
|---|---|---|---|
| 시장 위치 | 압도적 1위 | 2위 (격차 큼) | 후발 진입 |
| 주요 고객 | 애플, 엔비디아, AMD | 퀄컴, 구글 일부 | 확보 중 (목표: 마이크로소프트 등) |
| 주요 공정 | N2, N3 (최선단) | GAA 3nm, SF2 | 18A (2025년 양산 목표) |
| 지리적 강점 | 대만 (공급망 우려) | 한국·미국 | 미국·유럽 (CHIPS Act 수혜) |
| 최근 이슈 | 지정학 리스크 | 수율 이슈·고객 이탈 | 삼성 임원 영입, 사업 확대 |
인텔이 삼성 사람을 데려온 진짜 이유
기술력만 있다고 파운드리 사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파운드리 비즈니스는 '관계의 사업'이기도 하다. TSMC가 수십 년간 쌓아온 고객 신뢰와 납기 실적, 기술 지원 역량은 단기간에 복제되지 않는다.
인텔이 삼성 파운드리 출신 임원을 영입한 것은 바로 이 '영업 노하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숀 한은 삼성 재직 시절 글로벌 팹리스 고객사들과의 협력 경험을 직접 쌓았다. 어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수주 협상에서 어떤 포인트가 결정적인지, 고객사 엔지니어링 팀과 어떻게 신뢰를 쌓는지 — 이런 현장 경험은 수치나 공정 기술로는 대체되지 않는 자산이다.
또한 이번 영입은 인텔이 '경쟁사 인재도 스카우트할 만큼 파운드리 사업에 진심'이라는 시장 신호이기도 하다. CEO 립-부 탄 취임 이후 인텔 파운드리는 사업 구조 개편, 외부 고객 유치 전담팀 구성 등 체질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내부 인사로만 채워왔던 핵심 자리에 경쟁사 출신을 배치한 것은 변화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영업 조직의 역량이 곧 수주로 이어진다. 같은 공정 기술을 갖고 있어도 고객과의 관계, 일정 협의, 사후 지원 역량에서 차이가 난다. 숀 한의 역할은 바로 이 부분에서 인텔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인텔 파운드리의 도전, 흐름을 짚어보면
낙관 vs 신중 시나리오
이번 영입이 인텔 파운드리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한다.
숀 한의 파운드리 영업 네트워크와 노하우가 인텔의 고객 신뢰 구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 CHIPS Act 수혜와 맞물려 미국산 첨단 반도체를 원하는 기업들이 인텔 파운드리에 수주를 맡기기 시작하고, 2위 자리를 노리는 경쟁력 있는 도전자로 성장한다.
인재 영입만으로 TSMC와의 기술·신뢰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는 어렵다. 18A 공정의 수율 안정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고객 설득에 한계가 있고, 삼성 내부에서의 인재 유출 우려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지 않고 다른 회사가 설계한 칩을 대신 생산해주는 사업입니다. 예를 들어 애플은 아이폰용 칩(A시리즈)을 설계하지만 직접 만들지 않고 TSMC에 생산을 맡깁니다. TSMC, 삼성, 인텔이 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파운드리 업체는 고객사로부터 설계 도면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한 뒤 납품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파운드리 사업은 기술력만큼이나 '고객과의 신뢰 관계'가 핵심입니다. 삼성 파운드리에서 10년 이상 고객사 관계를 관리한 숀 한의 영입은 인텔이 기술 외에 영업력과 고객 신뢰 구축에도 진지하게 투자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경쟁사 핵심 인재를 스카우트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인텔 파운드리의 체질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단기적으로 핵심 인재 유출이 부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지만, 한 명의 임원 이동이 삼성 파운드리 전체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파운드리 시장에서 인텔의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삼성 파운드리 수주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기 이벤트보다 중장기 파운드리 구도 변화의 신호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투자 판단은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결론
인텔의 삼성 임원 영입은 단순한 인사 뉴스가 아니다. 파운드리 시장의 판도를 바꾸려는 인텔의 의지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난 사건이다. 기술력(18A 공정), 지정학적 유리함(미국 내 생산 거점), 그리고 이번 영업 인재 수혈까지 — 인텔 파운드리가 갖추려는 세 박자가 맞아가고 있다.
물론 TSMC의 벽은 여전히 높다. 수십 년간 쌓인 고객 신뢰와 수율 안정성은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TSMC 의존도를 줄이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커지는 지금, 인텔 파운드리는 그 빈 자리를 노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플레이어 중 하나다. 숀 한의 합류가 그 전략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지, 그리고 인텔 18A 공정의 수율이 고객 설득 수준까지 올라올 수 있는지가 향후 1~2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