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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

[미국 관세와 삼성·소니의 희비] 반도체 패권은 어디로 흐르나?

by mishika 2025.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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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관세 정책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형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무역 마찰을 넘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국가별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시험대에 올려놓았습니다. 특히 한국의 삼성전자와 일본의 소니그룹, 그리고 일본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라피다스(Rapidus)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이며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희비는 단순한 기업 성적표 차원이 아니라, 향후 세계 반도체 패권이 어디로 이동할지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 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미국 관세 정책 최대 수혜자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력 + 생산력’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기업으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이번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미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려는 기업에게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곧 현지 생산 설비를 이미 확보한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에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인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이 공장은 2나노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공정을 도입할 예정으로,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마침 애플은 아이폰용 차세대 반도체를 미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할 필요가 있었고, 그 파트너로 삼성전자를 선택했습니다.

애플은 미국 내 부품 생산에만 1,000억 달러(약 14조 7천억 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발표했는데,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와 세계 최대 메모리 및 파운드리 기업이 미국 땅에서 직접 손잡았다는 사실 자체가 삼성전자를 글로벌 반도체 권력의 중심에 세우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입니다.

소니그룹,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관세 역풍

반면, 소니그룹은 이번 정책으로 정면의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소니는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의 절대 강자로, 스마트폰·카메라·자동차 자율주행용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산 거점이 일본에 집중되어 있어 미국의 관세 장벽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예컨대 애플이 아이폰 카메라용 이미지센서를 소니에서 조달한다면, 미국 수입 단계에서 관세가 붙게 됩니다. 이는 가격 경쟁력 약화로 직결되며, 결국 애플 같은 글로벌 고객사가 새로운 공급처를 모색할 가능성을 높입니다. 소니 입장에서는 ‘기술력은 있지만 생산 거점이 미국 밖에 있는 것이 약점’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라피다스(Rapidus), 일본 정부의 야심에도 불구하고

라피다스는 일본 정부와 대기업 연합이 주도하는 차세대 반도체 프로젝트입니다. 2 나노급 반도체를 양산해 TSMC,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아직 대규모 양산 경험이 없을 뿐 아니라, 미국 내 생산 인프라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관세 정책이 강화되는 현 상황에서, 라피다스가 일본 내에서만 생산에 의존한다면 가격 경쟁력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있다고 해도, 글로벌 고객사들은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파트너를 우선적으로 찾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라피다스는 향후 미국 내 협력 거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기술 개발은 했지만 시장에서는 소외되는’ 아이러니에 빠질 수 있습니다.

애플의 선택: 왜 삼성인가?

애플이 삼성전자와 손잡은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1. 미국 내 생산 인프라 – 삼성은 이미 미국 현지에서 대규모 파운드리를 건설 중으로, 관세를 피하면서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음.
  2. 최첨단 공정 기술 – 삼성은 3나노와 2 나노 GAA 공정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 이는 애플의 A시리즈 및 M시리즈 칩 성능에 직결됨.
  3. 공급망 안정성 –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삼성은 메모리·파운드리·디스플레이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보유.

즉, 애플은 삼성이라는 파트너를 통해 ‘관세 회피 + 기술력 확보 + 공급망 안정성’이라는 세 가지 이점을 동시에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TSMC와의 경쟁 구도 변화

이번 정책의 또 다른 파급 효과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와 삼성의 경쟁 구도에 있습니다. TSMC 역시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고 있지만, 인력 확보와 장비 이전에서 상당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은 텍사스에 이미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고, 미국 정부와의 협력도 탄탄합니다.

이는 ‘미국 내 생산’이라는 새로운 기준에서 삼성에게 전략적 우위를 부여합니다. TSMC는 기술력 측면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경쟁자이지만, 생산 거점 경쟁에서는 삼성에게 밀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권력 이동 시나리오

정리하자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한일 기업 간 희비가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권력 이동의 신호탄이라 볼 수 있습니다.

  • 삼성전자: 미국 내 파운드리 확장을 통해 애플과 전략적 협력 강화, TSMC와의 격차를 줄이며 글로벌 1위 도전.
  • 소니그룹: 이미지센서 기술은 세계 최고지만, 미국 관세 부담으로 글로벌 고객사 이탈 위험.
  • 라피다스: 일본 정부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인프라 부족이 최대 약점.
  • 애플: 삼성과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 공급망 확보, 중국과 일본 의존도 축소.

결론: 반도체는 이제 ‘생산 거점 전쟁’

이번 미국 관세 정책은 단순한 보호무역을 넘어,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 반도체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력이 아니라, 어디에서 생산하느냐입니다.

삼성전자는 확실히 승자의 위치에 올랐고, 소니와 라피다스는 새로운 해법을 찾지 못하면 뒤처질 위험에 직면했습니다. 향후 글로벌 반도체 지도는 ‘기술력 + 생산 거점 확보’라는 이중 조건에 의해 다시 그려질 것입니다. 이는 곧 반도체 산업이 더 이상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국가 전략과 산업 정책이 결합된 총체적 전쟁임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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