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경험이 있습니다. 바로 원하지 않는 앱이 스마트폰에 "사전 설치"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 앱들이 삭제도 안 된다면, 그건 더 이상 편리함이 아닌 통제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한국방송통신위원회(KCC)가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삭제 불가능한 앱들에 대한 조사를 본격 착수하면서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KCC의 법적 조사 착수: 조사 배경과 범위
한국방송통신위원회는 2023~2024년 사이에 출시된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4종에 탑재된 총 187개의 사전 설치 앱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중에서도 삼성의 '스튜디오 앱'이 주요 조사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 주요 조사 대상: 삼성 스튜디오 앱 (영상 편집 기능 제공)
- 조사 모델: 갤럭시 S25 시리즈, 아이폰 16e 등 최신 모델 포함
- 법적 쟁점: 전기통신사업법상 사용자의 선택권 제한 가능성
이 앱은 갤러리 내에서 영상 편집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장점이 있으나,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용자 통제권 침해 소지가 있습니다.
사전 설치 앱과 사용자 통제권: 불필요 vs. 필수의 경계선
KCC는 사전 설치 앱이 다음 두 기준 중 하나를 위반할 소지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 삭제가 불가능하거나 숨기기만 가능한 경우
- 사용자가 명확하게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설치된 경우
삼성은 "스튜디오 앱은 사용자의 영상 편집 편의를 위한 필수 기능"이라고 설명했지만, KCC는 편의 제공과 통제 강요의 경계를 판단 중입니다. 특히 사용자가 실제로 사용하지도 않는 앱이 삭제 불가일 경우, 이는 "기업 중심적 UX"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애플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폰의 기본 앱들
애플 또한 조사 대상입니다. 애플은 iOS 시스템 특성상 일부 기본 앱이 삭제 불가능하거나 숨김 처리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KCC는 "기능적 필수성과 사용자 자율성" 사이의 균형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검토 중입니다.
애플은 이미 EU의 디지털 시장법(DMA)에 따라 유럽에서는 특정 기본 앱을 삭제하거나 제3자 앱을 기본 설정하는 기능을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므로, 한국 시장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요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비자 반응: "편의 아닌 통제"라는 지적 다수
스마트폰 사용자는 더 이상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닙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소비자 포럼, SNS에서는 “왜 내가 안 쓰는 앱을 삭제도 못 하느냐”는 불만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Galaxy S25 사용자의 경우, 갤럭시 스토어 외의 앱도 삭제 불가 상태로 유지되고 있어, 단말기 내 저장 공간을 불필요하게 차지하고 배터리 사용량에도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 권리 측면에서도 문제입니다. 실제로 2021년 이후 KCC는 사용자가 삭제 가능한 앱 목록을 확대하라고 지침을 내려 Weather, AR Doodle, AR Zone, Samsung Visit In, Secure Wi-Fi 등을 삭제 가능 목록에 포함시키도록 요구한 바 있습니다.
법적 처벌 가능성과 글로벌 여파
만약 한국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 결과, 사용자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판정되면 다음과 같은 조치가 내려질 수 있습니다.
- 과징금 부과
- 앱 삭제 기능 추가 명령
- 기본 앱 구조 조정 권고
뿐만 아니라, 이 사안은 글로벌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EU), 미국, 인도 등도 이미 유사한 문제를 주목하고 있으며, 소비자 권리 보호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 편리함인가, 강제인가?
스마트폰은 이제 단순한 통신기기를 넘어서 개인의 일상과 프라이버시, 정보 흐름을 통제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이 장치에 삭제할 수 없는 앱을 강제로 설치해두는 것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통제 권력 행사로 비춰질 위험이 있습니다.
삼성과 애플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사용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율성과 통제권을 돌려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