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은 언제나 숫자가 지배하는 세계입니다. 3 나노미터라는 미세한 숫자가 기업의 수조 원 가치와 연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의 3nm(나노미터) 공정 수율 문제는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삼성은 기술력과 자본 모두를 갖춘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 기업이지만, 이번엔 다소 ‘험난한 길’을 걷고 있는 듯합니다.
수율이 뭐길래? 삼성의 고통스러운 현실
우선, 수율이란 쉽게 말해 생산된 칩 중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칩’의 비율을 말합니다. 삼성의 3nm 수율은 현재 약 50%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치명적인 수치입니다. TSMC가 무려 90% 이상의 수율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격차가 극명합니다.
이 수율 차이로 인해 삼성은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Galaxy S25 시리즈에 원래 계획했던 Exynos 2500 칩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결국 삼성은 올해 S25에 퀄컴의 Snapdragon 8 Elite 칩만을 탑재하기로 했습니다. 이 칩 또한 TSMC에서 생산되었죠. 아이러니하게도 ‘자체 칩을 쓰지 못한’ 자사의 제품에 경쟁사의 공정 기술이 들어가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TSMC의 절대 우위… 삼성의 기술격차 현실화
TSMC는 현재 세계 최고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으로서, 3nm 기술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며 Qualcomm, Apple, AMD, NVIDIA, MediaTek 등 거의 모든 주요 반도체 설계 기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은 자사의 모바일 사업조차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삼성의 3nm 수율은 계속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TSMC 대비 한참 낮은 수준입니다. 수율이 낮으면 단가가 올라가고, 고객 입장에서는 제품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삼성은 3nm 수주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Galaxy Z Flip 7엔 Exynos 2500 탑재 예정, 신뢰 회복 가능할까?
삼성의 기술진은 그간 꾸준히 수율 개선 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그 결과 Exynos 2500 칩을 Galaxy Z Flip 7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개선이 외부 고객의 주문 확보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현재 삼성은 여전히 구형 공정인 7nm 및 8nm 기반의 칩 생산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공정에서 일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은 이미 3nm를 넘어 2nm 개발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삼성은 기술 주도권 싸움에서 더욱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SMIC의 등판, 삼성의 또 다른 고민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중국의 SMIC(중신국제)가 조용히 5nm와 7nm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에겐 위협입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SMIC는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제2의 TSMC가 되기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습니다.
즉, 삼성은 앞으로 위로는 TSMC, 아래로는 SMIC라는 양쪽 압박에 놓인 셈입니다. 특히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은 그동안 메모리 사업에 비해 존재감이 약했고, 이번 3nm 수율 문제는 그 약점을 여실히 드러낸 계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삼성의 전략적 반격은 가능한가?
삼성은 수율 개선 외에도 미국 오스틴과 텍사스 테일러 공장, 국내 평택 라인 등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며 미래 반도체 전쟁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율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기술력뿐 아니라 고객 신뢰와 파트너십도 관건입니다.
결국,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닌 정치, 외교, 전략, 타이밍이 결합된 종합전략 게임에 돌입한 것입니다. 앞으로 삼성의 3nm 공정이 수율을 끌어올려 고객을 다시 끌어올 수 있을지, 아니면 시장 주도권을 점점 더 TSMC와 SMIC에 넘기게 될지는 지켜볼 일입니다.